경기 악화에 인사개입 논란까지… 흔들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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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CIO 인사개입 파장
곽태선 前 베어링운용 대표
"장 실장이 전화로 지원 권유"
靑 '단순 격려'라고 했다가
뒤늦게 '권유 인정' 논란 자초
靑 "연금개혁에 부적합" 해명
일각 "정부와 코드 안맞아 낙마"
장 실장 '윗선' 개입 의혹까지
장 실장, 6일 靑회의 불참
한국당 "사실이면 파면해야"
곽태선 前 베어링운용 대표
"장 실장이 전화로 지원 권유"
靑 '단순 격려'라고 했다가
뒤늦게 '권유 인정' 논란 자초
靑 "연금개혁에 부적합" 해명
일각 "정부와 코드 안맞아 낙마"
장 실장 '윗선' 개입 의혹까지
장 실장, 6일 靑회의 불참
한국당 "사실이면 파면해야"
국민연금공단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과정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장 실장이 추천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탈락한 뒤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배후가 있다고 폭로하고, 청와대가 이를 부인하자 곽 전 대표가 재반박하는 등 사태는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장 실장이 6일 열린 청와대 현안 점검회의에 불참하면서 장 실장 거취 문제로까지 불거지는 등 파장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靑, 국정농단 끌어들여 ‘인사 개입’ 부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제부처와 공공기관장은 물론 금융계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오른 후보자보다 장 실장 이름이 먼저 거론되곤 했다. 장 실장은 본인의 인사 압력설 및 추천설이 나올 때마다 “혹시 청탁해 오면 그 사람을 제외하라고 했다”며 펄쩍 뛰곤 했다. 청와대 정책실장 ‘끈’이라도 잡아보려는, 혹은 역이용하려는 불순한 시도일 뿐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과정에서 장 실장의 ‘전화 권유’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청와대의 두 차례에 걸친 부실 해명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장 실장이 전화로 곽 전 대표에게 공모에 지원할 것을 권유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전날 ‘단순 격려’ 차원이었다는 해명을 뒤집은 것이다. 청와대는 대신 ‘인사 개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주무부서인 국민연금이 할 일이지만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정책실장이 관심을 갖고 챙길 수밖에 없다”며 “쓰려는 사람이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준에서 걸러졌는데 이를 인사 개입으로 봐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인사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무리수까지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의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장 실장의 전화 권유를 받았던 곽 전 대표의 진짜 탈락 이유는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위공직 인사 검증 기준에 걸린 것은 핑계일 뿐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서다.
‘청와대 코드’ 개입했나
정치권에선 국민 노후자금 635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CIO를 청와대가 입맛에 맞게 뽑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다른 게 뭐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CIO는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서류 및 면접 심사를 통해 복수의 후보를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추천하면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을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다. 곽 전 대표는 지난 2월부터 진행된 공모에 지원해 4월 중순 3명의 최종 후보에 포함됐다.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과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도 함께였지만 이미 곽 전 대표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시장에 파다하게 퍼졌다. 공모 절차가 사실상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도 “곽 전 대표가 유력 후보라고 생각해 만났고, 이 정도면 다른 후보는 만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청와대와 국민연금 측은 곽 전 대표 낙마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이사장은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준인 7대 비리와 관련해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면서도 “개인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이유는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청와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공공 투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국민연금을 동원하려는 시도에 곽 전 대표가 협조적이지 않을 것을 우려해 낙마시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곽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이 탈락 사실을 통보하면서 ‘장 실장보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스튜어드십 코드 등 사회적 가치도 같이 반영해야 한다”며 “수익성 이외에 다른 기준이 있다”고 시인했다.
투자업계에서는 “그동안 국민연금 CIO 공모 절차가 요식 행위였다는 게 결국 확인됐다”며 “앞으로 청와대 언질을 받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CIO 공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4월 면접에 참여했다 탈락한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면접이 고작 20분 동안 진행됐다”며 “질문 수준도 상식 이하여서 내가 들러리로 면접에 참여하고 있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장 실장은 이날 오전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청와대 현안 점검회의에 불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이 다른 회의가 있어서 불참했다”고 해명했지만 장 실장의 국민연금 CIO 인선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청와대는 장 실장의 기금운용본부장 인사 개입을 철저히 조사해 낱낱이 밝히고 사실이면 장 실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성태/유창재 기자 mrhand@hankyung.com
靑, 국정농단 끌어들여 ‘인사 개입’ 부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제부처와 공공기관장은 물론 금융계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오른 후보자보다 장 실장 이름이 먼저 거론되곤 했다. 장 실장은 본인의 인사 압력설 및 추천설이 나올 때마다 “혹시 청탁해 오면 그 사람을 제외하라고 했다”며 펄쩍 뛰곤 했다. 청와대 정책실장 ‘끈’이라도 잡아보려는, 혹은 역이용하려는 불순한 시도일 뿐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과정에서 장 실장의 ‘전화 권유’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청와대의 두 차례에 걸친 부실 해명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장 실장이 전화로 곽 전 대표에게 공모에 지원할 것을 권유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전날 ‘단순 격려’ 차원이었다는 해명을 뒤집은 것이다. 청와대는 대신 ‘인사 개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주무부서인 국민연금이 할 일이지만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정책실장이 관심을 갖고 챙길 수밖에 없다”며 “쓰려는 사람이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준에서 걸러졌는데 이를 인사 개입으로 봐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인사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무리수까지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의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장 실장의 전화 권유를 받았던 곽 전 대표의 진짜 탈락 이유는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위공직 인사 검증 기준에 걸린 것은 핑계일 뿐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서다.
‘청와대 코드’ 개입했나
정치권에선 국민 노후자금 635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CIO를 청와대가 입맛에 맞게 뽑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다른 게 뭐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CIO는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서류 및 면접 심사를 통해 복수의 후보를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추천하면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을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다. 곽 전 대표는 지난 2월부터 진행된 공모에 지원해 4월 중순 3명의 최종 후보에 포함됐다.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과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도 함께였지만 이미 곽 전 대표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시장에 파다하게 퍼졌다. 공모 절차가 사실상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도 “곽 전 대표가 유력 후보라고 생각해 만났고, 이 정도면 다른 후보는 만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청와대와 국민연금 측은 곽 전 대표 낙마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이사장은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준인 7대 비리와 관련해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면서도 “개인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이유는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청와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공공 투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국민연금을 동원하려는 시도에 곽 전 대표가 협조적이지 않을 것을 우려해 낙마시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곽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이 탈락 사실을 통보하면서 ‘장 실장보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스튜어드십 코드 등 사회적 가치도 같이 반영해야 한다”며 “수익성 이외에 다른 기준이 있다”고 시인했다.
투자업계에서는 “그동안 국민연금 CIO 공모 절차가 요식 행위였다는 게 결국 확인됐다”며 “앞으로 청와대 언질을 받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CIO 공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4월 면접에 참여했다 탈락한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면접이 고작 20분 동안 진행됐다”며 “질문 수준도 상식 이하여서 내가 들러리로 면접에 참여하고 있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장 실장은 이날 오전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청와대 현안 점검회의에 불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이 다른 회의가 있어서 불참했다”고 해명했지만 장 실장의 국민연금 CIO 인선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청와대는 장 실장의 기금운용본부장 인사 개입을 철저히 조사해 낱낱이 밝히고 사실이면 장 실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성태/유창재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