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시위 두고 엇갈린 목소리…"본질 외면 안돼"vs"남성 혐오 조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혜화역 시위 참여자들 "남성 중심 편파 수사 규탄"
일부 시민 "성평등 촉구 시위서 남성 비하 이해안돼"
일부 시민 "성평등 촉구 시위서 남성 비하 이해안돼"
홍익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수사를 놓고 경찰이 여성에게 불리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해온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가 7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제3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열었다. 이는 지난 5월 19일과 지난달 9일 서울 혜화역에서 2차례 열렸던 시위에 이은 세번째 시위다.
시위가 열린 이날 더운 날씨 탓에 참가자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들의 손에는 '세상은 결국 우리에 의해 바뀔 것이다',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여혐민국 여혐범죄 무능 국회 동조자다'라는 피켓이 들려 있었다. 집회 시작에 앞서 주최 측은 "1차 집회 2만명, 2차 집회 4만 5000명이라는 한국 여성 시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인원이 모여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답변은 부실했고 검경은 변명만 늘어놨으며 실질적으로 제도가 개선되거나 실행된 것은 없다고"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참가자들은 '우리는 남성 중심의 편파수사를 규탄한다', '수사원칙 무시하는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독도는 우리땅'의 노래 가사를 개사해 경찰을 비롯한 정부를 규탄했다. 또한 이들은 "지적장애 중학생을 성폭행한 남성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40년 이상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여성은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고 사례를 언급하며 여성 가해자가 남성 가해자보다 더 큰 형벌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위에서는 지난 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삭발식이 진행됐다. 4명의 여성이 무대에 올라 긴 머리를 잘랐고 그때마다 시위 참가자들은 '상여자'를 외치며 환호했다. 삭발식에 참가한 한 여성은 "지금까지 여자이기에 받은 크고 작은 차별들이 있다. 이제 머리를 잘랐으니 사람으로 제대로 살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날 시위에 나온 남성 비하 발언이 지나쳐 성평등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위 참가자 일부는 "경찰도 한남충(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은어)", "재기해(남성의 자살을 뜻하는 여성 커뮤니티 은어)", '자이루(주최 측이 밝힌 뜻은 '자매님 하이루'였지만 남성의 신체부위를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음)"와 같은 은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일부 시민들은 "성평등을 촉구하는 자리에서 남성을 비하하는 게 앞뒤가 안맞지 않나,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것 같다"라고 일갈했다.
한편 이날 혜화동 시위에는 지방에서도 전세버스를 동원해 많은 참가자들이 모였다. 시위대는 이화사거리에서 혜화동로터리(혜화역) 방향 약 700m 구간 4개 차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진행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