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에 이어 연속 경기 승부차기 선방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골키퍼 다니옐 수바시치(34·AS모나코)는 '지각인생'을 산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며 차세대 국가대표 골키퍼 자리를 선점했지만, 걸출한 국가대표 골키퍼 스티페 플레티코사의 그늘에 갇혀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09년 A대표팀에 처음 승선한 뒤 2013년까지 출전한 A매치는 단 5차례뿐이었다.
수바시치는 플레티코사가 은퇴한 뒤에야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그는 만 30세였던 2014년에 대표팀 주전 골키퍼가 됐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도 전성기가 지난 만 34세에 참가했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조국을 구해냈다.
조별리그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전에 선발 출전, 모두 무실점으로 막으며 '클린 시트'를 기록했다.
아이슬란드전에선 휴식을 취한 뒤 지난 2일 덴마크와 16강전에 다시 선발 출전해 화려한 선방 쇼를 선보였다.
특히 승부차기에서 상대 팀 3명의 슈팅을 막아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활약은 6일 만에 열린 개최국 러시아와 8강전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정규시간과 연장 전후반까지 골대를 지킨 뒤 승부차기에서 상대 팀 슈팅 2개를 막아내 팀 승리를 안겼다.
러시아 첫 번째 키커 페도르 스몰로프의 슈팅을 정확하게 막아냈고, 세 번째 키커 마리오 페르난데스의 실축을 끌어냈다.
사실 이 날 수바시치의 심신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는 덴마크와 16강전에서 10년 전에 숨진 친구 흐르비제 세스티크(1983∼2008)의 사진이 인쇄된 셔츠를 유니폼 안에 입고 출전했는데, 경기 후 해당 셔츠를 노출했다는 이유로 FIFA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유니폼이나 장비에 개인적인 메시지를 담으면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수바시치는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그는 이날 경기 1-1로 맞선 후반 44분 상대 팀 선수의 슈팅을 막은 뒤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쳐 그라운드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고통이 상당한 듯 땅을 손바닥으로 세게 치기도 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으로선 최악의 상황이었다.
크로아티아는 필드플레이어 중 상당수가 체력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골키퍼 부상으로 귀중한 교체 카드 한 장을 허비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수바시치는 통증을 참고 다시 일어나 끝까지 골대를 지켰다.
정규시간 90분, 연장 전후반 30분, 이후 승부차기까지 크로아티아의 골문을 단단히 잠갔다.
크로아티아는 수바시치의 활약에 힘입어 1990년 아르헨티나에 이어 월드컵 사상 두 번째로 단일 대회 2차례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팀이 됐다.
크로아티아는 잉글랜드와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