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서 날 세운 미·북… 후속협상에 '공'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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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공동성명의 후속조치를 논의할 미국과 북한 간 '2라운드' 담판이 막을 내렸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지 23일만에 '지각' 개시된 고위급 후속회담은 북한 비핵화의 중대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서로간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6~7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만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 등을 놓고 고위급 회담을 개최했다.
이틀간에 걸쳐 9시간의 '마라톤 담판'으로 진행된 이번 회담은 미·북 첫 정상회담 이후 양측이 합의 이행에 대한 상대방의 진정성과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였다.
그러나 회담 결과를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최대 의제인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협상에 나섰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지만, 북측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북한 외무성은 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면서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비난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한 대화국면에서 북한의 대외적 발표문에 '강도적'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그만큼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최근 꺼내든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강한 거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방북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를 주문하면서 핵·미사일과 관련 시설 등의 신고와 검증, '비핵화 시간표' 등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단계적 접근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으로 볼 때 비핵화 로드맵의 첫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 시간표'와 '핵(核)신고' 문제를 놓고 일정수준의 진전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자세히 언급할 수 없지만 두가지 사안에 대해 각각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논의의 모든 요소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비핵화를 둘러싼 입장차는 종전선언의 이행시점을 둘러싼 논란으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미·북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 요소이자 전쟁상태를 종결짓는 역사적 과제로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월 27일)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 발표를 요구했다면서 미국이 "이런저런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미측은 먼저 비핵화 초기조치를 진행한 뒤 일정시점에 가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북한은 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비핵화 문제를 놓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핵화와 동전의 앞뒷면 격인 체제보장 문제를 놓고도 양측이 이견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FFVD에 동의할 경우 대규모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에 '밝은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북한 측이 이에 호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틀째 회담 모두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밝은 미래는 결코 미국이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번 방북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한 것은 미·북 양측의 이견이 배경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양측은 이 같은 팽팽한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판을 깨지는 않고 후속 실무협상에 '공'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각각 친서를 교환한 것은 지속적인 협상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외무성은 "이번 첫 고위급회담을 통해 조미사이의 신뢰는 더 공고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확고부동했던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면서도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과의 회담 직후 동행한 외신 풀 기자단에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 설정 등에 있어서 진전을 거뒀다면서 "생산적인, 선의의 협상을 했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되도록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폼페이오 장관으로서는 예고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미군 유해의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2일 판문점에서 회담을 열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회담도 조만간 개최하기로 북측과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최대 현안인 비핵화 문제에서 확실한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미국 의회가 견제를 강화하고 나설 경우 북한을 상대로 한 협상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미·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6~7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만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 등을 놓고 고위급 회담을 개최했다.
이틀간에 걸쳐 9시간의 '마라톤 담판'으로 진행된 이번 회담은 미·북 첫 정상회담 이후 양측이 합의 이행에 대한 상대방의 진정성과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였다.
그러나 회담 결과를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최대 의제인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협상에 나섰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지만, 북측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북한 외무성은 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면서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비난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한 대화국면에서 북한의 대외적 발표문에 '강도적'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그만큼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최근 꺼내든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강한 거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방북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를 주문하면서 핵·미사일과 관련 시설 등의 신고와 검증, '비핵화 시간표' 등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단계적 접근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으로 볼 때 비핵화 로드맵의 첫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 시간표'와 '핵(核)신고' 문제를 놓고 일정수준의 진전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자세히 언급할 수 없지만 두가지 사안에 대해 각각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논의의 모든 요소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비핵화를 둘러싼 입장차는 종전선언의 이행시점을 둘러싼 논란으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미·북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 요소이자 전쟁상태를 종결짓는 역사적 과제로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월 27일)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 발표를 요구했다면서 미국이 "이런저런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미측은 먼저 비핵화 초기조치를 진행한 뒤 일정시점에 가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북한은 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비핵화 문제를 놓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핵화와 동전의 앞뒷면 격인 체제보장 문제를 놓고도 양측이 이견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FFVD에 동의할 경우 대규모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에 '밝은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북한 측이 이에 호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틀째 회담 모두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밝은 미래는 결코 미국이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번 방북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한 것은 미·북 양측의 이견이 배경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양측은 이 같은 팽팽한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판을 깨지는 않고 후속 실무협상에 '공'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각각 친서를 교환한 것은 지속적인 협상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외무성은 "이번 첫 고위급회담을 통해 조미사이의 신뢰는 더 공고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확고부동했던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면서도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과의 회담 직후 동행한 외신 풀 기자단에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 설정 등에 있어서 진전을 거뒀다면서 "생산적인, 선의의 협상을 했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되도록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폼페이오 장관으로서는 예고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미군 유해의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2일 판문점에서 회담을 열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회담도 조만간 개최하기로 북측과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최대 현안인 비핵화 문제에서 확실한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미국 의회가 견제를 강화하고 나설 경우 북한을 상대로 한 협상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