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당 '여의도연구원장 거취' 놓고 시끌
자유한국당이 부설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 자리를 두고 ‘이전투구’식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6·13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 대부분이 물러났음에도 김대식 원장(사진)만 거취를 밝히지 않은 채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8일 한국당 등에 따르면 김 원장은 지방선거 직후 출근도 하지 않으면서 지난 4일 열린 이사회에서 공석인 이사 1명을 추천하는 등 원장 권한을 보이지 않게 행사하고 있다. 여연 정관에 따르면 9~11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원장 몫으로 최대 3명까지 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

여연 관계자는 “이사회가 열린 날만 김 원장이 직접 출석해 이사 추천권한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김장실 여연 부원장은 “김 원장이 선거 후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가 신임 이사를 추천한 것은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보고를 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여연 사정에 밝은 한국당 의원은 “김 원장은 지방선거 당시 자신이 출마한 부산 해운대을 국회의원 재선거를 뛰느라 여연 원장 자리는 공석이나 다름없었다”며 “지방선거 참패 후 홍 대표와 최고위원, 사무총장 등이 모두 사퇴했음에도 김 원장은 아직까지 거취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지방선거 당시 여연에서 작성한 보고서와 여론조사를 근거로 여러 지역에서의 한국당 승리 가능성을 주장한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당시 여연이 잘못된 정세 분석과 여론조사 보고서를 올린 것이 홍 전 대표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원인이 됐다”며 “관례대로라면 김 원장이 선거 직후 곧바로 사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연에 몸담았던 한 전직 연구원도 “상근해야 할 원장이 출마하게 되면 사퇴하는 것이 당연한데 직을 유지한 것은 관례상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김 원장이 취임 후 비서실장직을 신설하고 외부에서 온 측근 3명을 특채하는 등의 전횡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은 연구인력이 한 자릿수로 축소돼 여연 위상이 많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연 원장에 대한 인사권은 차기 당권을 거머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있다.

김 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연 원장은 임기 2년이 정해져 있다”며 “역대 선거마다 참패했다고 원장이 사퇴한 적이 어디 있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연 이사회 정관상 차기 비대위원장이 와서 새 원장을 임명할 때까지는 물러나려고 해도 (사퇴서) 수리가 안 된다”고 항변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