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 기업은 553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 합계가 전년 대비 27.1% 증가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영업이익 증가율 최상위권에 속했다. 하지만 올 들어선 사정이 확 바뀌었다.

韓기업 실적전망 감소폭, 中·獨보다 커
국내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팩트셋 등이 집계한 2분기 코스피지수 구성 종목의 추정 영업이익 증가율은 11.0%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36.0%) 및 나스닥지수(29.5%) 구성 종목에 크게 못 미친다. 연간 실적 전망치를 비교해봐도 상대적인 부진을 알 수 있다. 한국 코스피지수 구성 종목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증가율은 12.1%로, 중국 상하이종합(38.1%), 영국 FTSE100(23.5%), 프랑스 CAC40(20.3%) 편입 종목의 예상치보다 훨씬 낮다.

게다가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 기업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줄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올 1월 말 이후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지수 구성 종목의 올해 실적 전망치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지수 구성 종목의 EPS가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은 8.27%, 일본 닛케이225 12.43%, 영국 FTSE100 6.60%, 프랑스 CAC40은 1.91% 증가했다. 중국 상하이종합(-3.17%)과 독일 DAX30(-0.40%)은 EPS가 줄었지만 감소폭은 한국보다 훨씬 작다.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실적 전망치가 감소한 한국 중국 독일은 미국발 글로벌 통상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국가”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타깃인 중국, 독일보다 한국의 이익 전망치 감소폭이 더 큰 것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국내 기업 경영 여건이 악화되는 데 대한 외국인의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한국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은 것은 무역분쟁 등 외부 요인에 더해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둘러싼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