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시노벨이 미국 기업의 기술을 훔친 혐의로 미국 법원으로부터 5900만달러(약 659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통상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법원은 6일(현지시간) 미국 전력기술 업체 아메리칸슈퍼컨덕터(AMSC)의 풍력발전기 제어 관련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혐의로 기소된 시노벨에 15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AMSC에 575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앞서 AMSC는 지난 4일 법원에 5750만달러를 배상받는 조건으로 시노벨과 합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법무부는 이미 시노벨이 배상금 가운데 3250만달러를 AMSC에 지급했다고 전했다.

시노벨은 AMSC의 최대 고객사로 두 회사의 지식재산권 갈등은 2011년 불거졌다. 중국 정부가 2005년 청정에너지 관련 법을 도입하자 시노벨과 AMSC는 공동으로 중국 곳곳에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했다. 시노벨이 풍력발전기 제작을 맡고 AMSC는 발전기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협력했다.

AMSC는 이 과정에서 시노벨이 핵심 기술을 빼내 최소 8억달러의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미국 검찰은 기술 유출에 가담한 혐의로 AMSC 간부 및 직원 두 명을 정식으로 기소했고 위스콘신주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1월 시노벨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번 재판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3년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재판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보고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부당한 무역 관행을 조사하도록 요구하는 대통령 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