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官) 주도로 금융 발전을 추진하던 방식을 바꿔 민간의 역할을 키워야 합니다.”

정지만 한국금융학회장(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금융 패러다임으로는 미래를 대비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인 정 회장은 지난 2일 제28대 한국금융학회장으로 취임했다. 정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금융연구원에서 일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1년간 학회를 이끈다.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하려면 민간의 창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금융회사의 역할이 정부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단순 자금 지원 및 전달만 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은행만 해도 스스로 경쟁력을 갖고 전략을 짤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정부가 하라는 대로만 해서는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금융을 예로 들면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해줄 기업의 사업성이나 상환능력을 분석해 대출 집행이나 중단, 규모 조정 등을 자유롭게 해야 마땅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정된 경제 자원을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나 전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두뇌 역할은 중요하다”며 “현재 은행뿐 아니라 카드사, 증권사 모두 이런 두뇌 측면의 역할엔 미비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금융학회를 정책 제언을 활발히 하는 학회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제시했다. 가장 먼저 들여다볼 현안으로는 정책금융 분야를 꼽았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책금융 규모는 세계 1~2위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규모가 적절한지부터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는지, 어떻게 운영하는 게 바람직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정책금융에 의존해 연명하는 등 왜곡된 정책금융도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그는 “금융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리스크 대응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작년에 비해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추가 금리 인상 등으로 취약계층 부실이 터질 수 있어 정부와 민간, 학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