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바지' 김세영, LPGA 투어 사상 최다 언더파·최저타 기록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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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바지’김세영(27·미래에셋)이 세계 골프사를 새로 썼다. 여자프로 골프 투어 역사를 통틀어 72홀 최다 언더파(최저타) 우승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31언더파 257타. 남자 투어(PGA)를 포함해서도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 우승이다. 세계 골프사의 새 지평이 열렸다.
김세영은 9일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파72·6624야드)에서 열린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 최종일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쓸어담아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31언더파 257타를 적어낸 김세영은 2위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를 9타 차로 밀어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9타 차는 올 시즌 최다 타수 차 우승. 올 시즌 첫 승이자 자신의 LPGA 통산 7승째. 지난해 5월 로레나오초아 매치플레이 대회 이후 14개월 여만의 우승이다. 우승상금 30만달러를 추가한 김세영은 31위였던 상금 순위를 12위로 19계단 끌어올렸다.
김세영은 3라운드를 마친 상태에서 24언더파를 기록, 2003년 아니카 소렌스탐이 토토재팬 클래식에서 기록한 54홀 최다언더파 기록(24언더파)과 타이 기록을 세워 새 기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결국 4라운드 결과 아니카 소렌스탐이 2001년 세운 72홀 최다언더파 기록(27언더파)마저 깨트렸고,남녀 골프 사상 최다 언더파 타이 기록 우승이라는 ‘전설’까지 새로 완성했다. 종전 남녀 72홀 최다언더파 우승 기록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어니 엘스(남아공)가 2003년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작성한 31언더파 우승이었다. 2009년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봅 호프 클래식(5라운드 경기)에서 4라운드까지 33언더파를 쳤지만 5라운드에서 무너져 ‘우승없는 4라운드 남녀 통합 최다 언더파 기록’ 보유자로 남게 됐다.
김세영은 또 257타(31언더파)를 기록해 2004년 카렌 스터플스(미국)가 세운 최저타 기록(258타·22언더파)를 1타 경신했다. 최저타 기록과 최다 언더파 기록은 대회 코스의 파를 72타, 71타, 70타 등으로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남녀 통합 최저타 기록은 저스틴 토머스가 2017년 소니오픈에서 세운 253타(27언더파)다.
김세영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챔피언십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기대에 못미쳐서 실망이 컸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유튜브 동영상에 올라있는 내 샷을 보고 많이 연구하고 보완했다. 아쉬운 마음도 다시 가다듬었는데, 그게 나만의 샷을 이어가는 멘탈관리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280~300야드 안팎의 폭발적인 장타로 넓은 페어웨이를 맘대로 공략했다. 파4에서는 대다수 100~150야드 안팎의 손쉬운 세컨드샷이 남았고, 파5에서는 220~250야드짜리 하이브리드 샷으로 2온에 대부분 성공했다. 이글은 솎아내지 못했지만 버디사냥이 손쉬웠다. 티샷 페어웨이 안착률이 77%에 그쳤지만 그린에 올리는 후속샷이 티샷의 흔들림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그린 적중률이 93%에 달했다. 68홀 중 그린을 놓친 경우가 5번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마치 ‘자신과의 싸움’에만 고도로 집중한 구도자처럼 손베리 코스를 한 홀씩 유린했다. 경쟁자는 없었다.
전반에만 버디 4개(1,5,6,9번홀)를 잡아 4타를 줄여낸 김세영은 소렌스탐의 27언더파 기록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이어 후반 10번,12번홀에서 거푸 버디를 잡아낸 그는 6개홀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미 스피스의 30언더파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새역사’를 써 줄 버디 1개를 추가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15번홀(파5)에서 두 번의 하이브리드 샷으로 2온에 성공한 김세영은 20m 이글 퍼트를 약 2m에 붙인 뒤 버디 퍼트에 성공,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에 첫 발을 내디뎠다. 31언더파 257타. 정규투어에서 나온 사상 최저타 기록이 세계 골프팬들에 첫 선을 보였다. 이후 김세영은 16번,17번홀에서 파를 지킨 뒤 마지막 18번홀에서 약 5m짜리 버디 퍼트에는 실패했지만,침착하게 20cm짜리 파 퍼트를 집어넣으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완성했다. 김세영은 18번홀에서도 욕심을 내지 않고 3번 우드를 잡아 편안하게 페어웨이를 공략,기록 행진을 위한 발판을 탄탄하게 다지는 등 원숙한 코스 매니지먼트 기량을 과시했다.
김세영은 “보기 프리 라운드만 하자는 목표로 대회에 임했다.그래서 만족스럽다. 소렌스탐의 기록을 넘어서고 싶었는데, 새 기록을 세워 기쁘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김세영의 ‘가이드 러너’역할을 한 양희영이 이날 최종합계 20언더파를 적어내 에마 탤리(미국),안나 노르키스트(스웨덴) 등과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라운드 15번홀(파5)에서 두 번이나 공을 해저드에 빠트린 게 뼈아팠다.
고진영과 최운정이 나란히 17언더파 공동 7위에 올랐고,전인지가 16언더파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김세영의 우승으로 총 7승째를 합작했다.
손베리 크리크 골프장은 넓은 페어웨이와 그린,많지 않은 해저드 등으로 선수들이 타수를 줄이기 쉬운 곳으로 유명하다. 캐서린 커크(미국)은 지난해 창설된 이 대회에서 22언더파를 쳐 우승컵을 가져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호락호락한 코스라는 것은 아니다. 2라운드 중간 성적으로 커트 탈락한 선수 62명 중 오버파를 친 선수가 23명이나 됐다. 박성현(1오버파)도 그 중 한 명이다. 같은 메이저 챔피언 지은희(1언더파),유선영(1언더파)도 커트 탈락 선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김세영은 9일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파72·6624야드)에서 열린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 최종일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쓸어담아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31언더파 257타를 적어낸 김세영은 2위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를 9타 차로 밀어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9타 차는 올 시즌 최다 타수 차 우승. 올 시즌 첫 승이자 자신의 LPGA 통산 7승째. 지난해 5월 로레나오초아 매치플레이 대회 이후 14개월 여만의 우승이다. 우승상금 30만달러를 추가한 김세영은 31위였던 상금 순위를 12위로 19계단 끌어올렸다.
김세영은 3라운드를 마친 상태에서 24언더파를 기록, 2003년 아니카 소렌스탐이 토토재팬 클래식에서 기록한 54홀 최다언더파 기록(24언더파)과 타이 기록을 세워 새 기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결국 4라운드 결과 아니카 소렌스탐이 2001년 세운 72홀 최다언더파 기록(27언더파)마저 깨트렸고,남녀 골프 사상 최다 언더파 타이 기록 우승이라는 ‘전설’까지 새로 완성했다. 종전 남녀 72홀 최다언더파 우승 기록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어니 엘스(남아공)가 2003년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작성한 31언더파 우승이었다. 2009년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봅 호프 클래식(5라운드 경기)에서 4라운드까지 33언더파를 쳤지만 5라운드에서 무너져 ‘우승없는 4라운드 남녀 통합 최다 언더파 기록’ 보유자로 남게 됐다.
김세영은 또 257타(31언더파)를 기록해 2004년 카렌 스터플스(미국)가 세운 최저타 기록(258타·22언더파)를 1타 경신했다. 최저타 기록과 최다 언더파 기록은 대회 코스의 파를 72타, 71타, 70타 등으로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남녀 통합 최저타 기록은 저스틴 토머스가 2017년 소니오픈에서 세운 253타(27언더파)다.
김세영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챔피언십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기대에 못미쳐서 실망이 컸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유튜브 동영상에 올라있는 내 샷을 보고 많이 연구하고 보완했다. 아쉬운 마음도 다시 가다듬었는데, 그게 나만의 샷을 이어가는 멘탈관리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280~300야드 안팎의 폭발적인 장타로 넓은 페어웨이를 맘대로 공략했다. 파4에서는 대다수 100~150야드 안팎의 손쉬운 세컨드샷이 남았고, 파5에서는 220~250야드짜리 하이브리드 샷으로 2온에 대부분 성공했다. 이글은 솎아내지 못했지만 버디사냥이 손쉬웠다. 티샷 페어웨이 안착률이 77%에 그쳤지만 그린에 올리는 후속샷이 티샷의 흔들림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그린 적중률이 93%에 달했다. 68홀 중 그린을 놓친 경우가 5번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마치 ‘자신과의 싸움’에만 고도로 집중한 구도자처럼 손베리 코스를 한 홀씩 유린했다. 경쟁자는 없었다.
전반에만 버디 4개(1,5,6,9번홀)를 잡아 4타를 줄여낸 김세영은 소렌스탐의 27언더파 기록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이어 후반 10번,12번홀에서 거푸 버디를 잡아낸 그는 6개홀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미 스피스의 30언더파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새역사’를 써 줄 버디 1개를 추가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15번홀(파5)에서 두 번의 하이브리드 샷으로 2온에 성공한 김세영은 20m 이글 퍼트를 약 2m에 붙인 뒤 버디 퍼트에 성공,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에 첫 발을 내디뎠다. 31언더파 257타. 정규투어에서 나온 사상 최저타 기록이 세계 골프팬들에 첫 선을 보였다. 이후 김세영은 16번,17번홀에서 파를 지킨 뒤 마지막 18번홀에서 약 5m짜리 버디 퍼트에는 실패했지만,침착하게 20cm짜리 파 퍼트를 집어넣으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완성했다. 김세영은 18번홀에서도 욕심을 내지 않고 3번 우드를 잡아 편안하게 페어웨이를 공략,기록 행진을 위한 발판을 탄탄하게 다지는 등 원숙한 코스 매니지먼트 기량을 과시했다.
김세영은 “보기 프리 라운드만 하자는 목표로 대회에 임했다.그래서 만족스럽다. 소렌스탐의 기록을 넘어서고 싶었는데, 새 기록을 세워 기쁘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김세영의 ‘가이드 러너’역할을 한 양희영이 이날 최종합계 20언더파를 적어내 에마 탤리(미국),안나 노르키스트(스웨덴) 등과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라운드 15번홀(파5)에서 두 번이나 공을 해저드에 빠트린 게 뼈아팠다.
고진영과 최운정이 나란히 17언더파 공동 7위에 올랐고,전인지가 16언더파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김세영의 우승으로 총 7승째를 합작했다.
손베리 크리크 골프장은 넓은 페어웨이와 그린,많지 않은 해저드 등으로 선수들이 타수를 줄이기 쉬운 곳으로 유명하다. 캐서린 커크(미국)은 지난해 창설된 이 대회에서 22언더파를 쳐 우승컵을 가져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호락호락한 코스라는 것은 아니다. 2라운드 중간 성적으로 커트 탈락한 선수 62명 중 오버파를 친 선수가 23명이나 됐다. 박성현(1오버파)도 그 중 한 명이다. 같은 메이저 챔피언 지은희(1언더파),유선영(1언더파)도 커트 탈락 선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