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용어의 정치학…CVID·FFVD에 담긴 남북미일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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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VID→FFVD 전환으로 대북 설득…北, 'CVID=FFVD' 인식
日, 대북 최대압박 유지…美 FFVD에 거부감 CVID 입장 고수
韓, 중재자로서 북미 모두 동의 '완전한 비핵화'에 방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6∼7일 방북 협의 다음 날인 8일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기자회견과 그에 앞선 전날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선 비핵화 용어 '선정'을 통해 남북한과 미국, 일본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북핵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비핵화 용어로 관련국들이 샅바 싸움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주목할 용어는 바로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였다.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전부터 FFVD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북미정상회담 전날까지도 CVID에 강하게 집착했던 미국은 정작 정상 공동성명에선 이를 명시하지 않는 쪽으로 합의를 해줘 눈길을 끌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선 북한이 CVID를 강하게 거부하는 터에 공동성명 도출이라는 성과를 위해 양보한 기색이 역력했다.
북한은 북한 정권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정권이 만든 CVID에 대해 북한은 '패전국에나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FFVD를 선택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CVID라는 실질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그와 유사한 FFVD라는 용어변경으로 우회로를 택한 것이라는 얘기다.
애초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 속에는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설명했다가 FFVD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이 중시하는 비핵화 검증과 관련, '검증가능한'(Verifiable)이라는 CVID의 표현을 '완전하게 검증된'이라는 강화한 표현으로 대체한 것이 핵심이다.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는 결국 CVID와 실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틀간 협상을 마치고 평양을 떠난 7일 저녁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은)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불만을 강하게 표시했다.
협상에서 미국은 FFVD를 얘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북한은 FFVD와 CVID를 동일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공식 매체의 보도에서 주로 사용한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뿐 아니라 미국의 대(對) 한국 핵우산 제공 공약 폐기, 괌을 비롯한 주변 지역에서 한반도로 투사할 수 있는 핵 자산 배치 금지, 남북 동시 핵사찰 요구 등을 담은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핵만 제거하는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에는 응할 수 없으며, '미국과 대등한 전략 핵보유국' 지위 아래에서 상호위협 제거를 위한 협상을 하겠다는 북한의 '핵군축 협상' 논리가 반영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FFVD 용어에도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가 일방적인 요구라고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용어 선정이 눈길을 끈다.
전날 도쿄에서의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기자회견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번 회담(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CVID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FFVD가 이뤄질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결이 달랐다.
미 행정부가 FFVD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걸 모를 리 없는 고노 외무상이 CVID를 강조한 데는, 그 용어에 담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서 미국이 후퇴하는 듯한 태도에 대한 불만 표시일 수도 있다.
북한이 어떤 입장을 보이든 대북 최대 압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이 차후 CVID에서 FFVD로 입장 전환을 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해당 용어와 관련해 미일 간에 간극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다.
FFVD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완화한 표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과 6·12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각각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주로 쓰고 있다.
북미 사이에서 중재외교를 펴는 입장에서 어느 쪽도 반발하지 않을 중립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CVID와 FFVD, 그리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 간에는 차이가 분명하고 그 안에 담긴 뜻도 다르다는 점에서, 이해당사국들 간에 용어 접점 찾기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
日, 대북 최대압박 유지…美 FFVD에 거부감 CVID 입장 고수
韓, 중재자로서 북미 모두 동의 '완전한 비핵화'에 방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6∼7일 방북 협의 다음 날인 8일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기자회견과 그에 앞선 전날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선 비핵화 용어 '선정'을 통해 남북한과 미국, 일본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북핵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비핵화 용어로 관련국들이 샅바 싸움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주목할 용어는 바로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였다.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전부터 FFVD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북미정상회담 전날까지도 CVID에 강하게 집착했던 미국은 정작 정상 공동성명에선 이를 명시하지 않는 쪽으로 합의를 해줘 눈길을 끌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선 북한이 CVID를 강하게 거부하는 터에 공동성명 도출이라는 성과를 위해 양보한 기색이 역력했다.
북한은 북한 정권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정권이 만든 CVID에 대해 북한은 '패전국에나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FFVD를 선택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CVID라는 실질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그와 유사한 FFVD라는 용어변경으로 우회로를 택한 것이라는 얘기다.
애초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 속에는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설명했다가 FFVD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이 중시하는 비핵화 검증과 관련, '검증가능한'(Verifiable)이라는 CVID의 표현을 '완전하게 검증된'이라는 강화한 표현으로 대체한 것이 핵심이다.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는 결국 CVID와 실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틀간 협상을 마치고 평양을 떠난 7일 저녁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은)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불만을 강하게 표시했다.
협상에서 미국은 FFVD를 얘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북한은 FFVD와 CVID를 동일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공식 매체의 보도에서 주로 사용한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뿐 아니라 미국의 대(對) 한국 핵우산 제공 공약 폐기, 괌을 비롯한 주변 지역에서 한반도로 투사할 수 있는 핵 자산 배치 금지, 남북 동시 핵사찰 요구 등을 담은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핵만 제거하는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에는 응할 수 없으며, '미국과 대등한 전략 핵보유국' 지위 아래에서 상호위협 제거를 위한 협상을 하겠다는 북한의 '핵군축 협상' 논리가 반영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FFVD 용어에도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가 일방적인 요구라고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용어 선정이 눈길을 끈다.
전날 도쿄에서의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기자회견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번 회담(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CVID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FFVD가 이뤄질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결이 달랐다.
미 행정부가 FFVD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걸 모를 리 없는 고노 외무상이 CVID를 강조한 데는, 그 용어에 담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서 미국이 후퇴하는 듯한 태도에 대한 불만 표시일 수도 있다.
북한이 어떤 입장을 보이든 대북 최대 압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이 차후 CVID에서 FFVD로 입장 전환을 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해당 용어와 관련해 미일 간에 간극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다.
FFVD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완화한 표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과 6·12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각각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주로 쓰고 있다.
북미 사이에서 중재외교를 펴는 입장에서 어느 쪽도 반발하지 않을 중립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CVID와 FFVD, 그리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 간에는 차이가 분명하고 그 안에 담긴 뜻도 다르다는 점에서, 이해당사국들 간에 용어 접점 찾기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