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1만 명의 관객을 모아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오른 판타지 영화 ‘신과함께: 죄와벌’. 이 작품의 성공으로 우주와 화산 폭발 등을 소재로 한 액션 어드벤처 장르에 한국영화 투자가 가능해졌다.
1441만 명의 관객을 모아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오른 판타지 영화 ‘신과함께: 죄와벌’. 이 작품의 성공으로 우주와 화산 폭발 등을 소재로 한 액션 어드벤처 장르에 한국영화 투자가 가능해졌다.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앞세운 할리우드식 공상과학(SF) 판타지나 액션 어드벤처 장르를 도입한 한국영화가 잇달아 제작되고 있다. 국내 영화계에 부족한 가족영화란 신대륙을 개척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은 우주영화 ‘귀환’으로 4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다. 한국 최초의 우주정거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홀로 남은 우주인을 귀환시키려고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 이야기다. 황정민과 김혜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내년 말 개봉을 목표로 연말께 촬영에 들어간다. 제작사인 JK필름 길영민 대표는 “순제작비 180억~200억원 규모로 대전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것”이라며 “주요 장면은 CG 기술로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우주영화를 4년 전부터 준비해왔는데 다른 제작사가 비슷한 콘셉트의 시나리오를 제안해와 힘을 합친 것으로 알려졌다. SF를 중심으로 윤 감독 특유의 액션과 드라마를 가미해 승부를 걸 계획이다.

판타지 ‘신과 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도 차기작으로 우주영화 ‘더 문’을 선택했다. 사고로 우주에 홀로 남겨진 남성과 그를 귀환시키려는 지구의 또 다른 남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 흥행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형 우주영화’를 만드는 데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CG 활용 상상초월 SF·어드벤처… 진화하는 한국영화
국내 최초로 화산 폭발을 소재로 한 재난 어드벤처 ‘백두산’도 제작된다.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나의 독재자’(2014)를 연출한 이해준 감독과 ‘신과 함께’를 촬영한 김병서 촬영감독이 공동 연출한다. 백두산은 약 1000년 전 화산이 폭발해 당시 다량의 화산재가 동해를 건너 일본까지 날아가 쌓였다는 기록도 있다. ‘더 문’과 ‘백두산’은 국내 최대 CG업체인 덱스터가 제작한다. 세 작품의 제작비는 모두 200억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영화들이 제작되는 것은 연간 총관객 1억 명 안팎에 정체돼 있는 한국영화 시장에 새 돌파구를 찾으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그동안 한국영화계에서 흥행을 주도해온 장르는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사극이나 액션 드라마였다. ‘명량’ ‘광해’ ‘국제시장’ ‘베테랑’ ‘택시운전사’ ‘7번방의 선물’ 등 1000만 명 이상 흥행작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 ‘챔피언’ ‘레슬러’ ‘7년의 밤’ 등과 사극 ‘궁합’ 등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소재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우주나 화산 폭발 등은 도전해볼 만한 신선한 소재”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세계 흥행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영화도 모두 CG 기술을 앞세운 액션 어드벤처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흥행수익 20억달러를 넘어선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와 ‘블랙팬서’(13억달러),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10억달러) 등이 ‘빅3’였다. 세 작품은 한국에서도 흥행 1~3위를 차지했다. 모두 가족관객을 모았기 때문이다. 우리 영화계는 할리우드 판타지 대작들을 저예산 한국형 영화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2016년 좀비영화 ‘부산행’과 지난해 ‘신과 함께: 죄와벌’이 흥행에 대성공하면서 이번 프로젝트도 가능해졌다. 두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에 근접한 CG 기술을 앞세운 판타지물이다. 그러나 투자 당시 국내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었고 대규모 자금을 요구했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였다. ‘부산행’은 해외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고인 500억원 규모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만큼 ‘수출용 한국영화’의 길도 제시했다.

‘부산행’을 배급한 NEW 관계자는 “‘부산행’은 한국적인 소재를 탈피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성공했다”며 “우주 탐험이나 화산 폭발 등도 글로벌한 소재여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