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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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휘두르는 범죄자에게 시말서가 두려워 총으로 응대할 수 없는 공권력이라니….”

지난 8일 경북 영양 주택가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백모씨가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된 추모글에는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공권력 강화를 촉구한 이 댓글에는 순식간에 800개 가까운 공감이 표시됐다.

협박당하고 칼에 찔리고… 경찰·구급요원들 '수난'
최근 경찰에 대한 폭행과 상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공권력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잉진압 논란을 의식해 강력범죄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피해를 입는 경찰들의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다. 무너진 공권력을 다루는 기사의 댓글에는 “경찰이 무너지면 누가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겠냐”는 성토가 줄을 잇는다. 테이저건(전기충격기), 총기 사용 등을 통해 경찰이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경찰뿐만 아니다. 구급대원과 의료인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한 여성 구급대원이 취객의 폭행으로 신경손상과 뇌동맥류가 파열돼 결국 사망했다. 지난 1일에는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채 응급실에 온 환자가 자신을 비웃고 진통제를 놔주지 않는다며 의사를 폭행하고 “감옥에 갔다 와서 칼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사건이 벌어졌다. 폭행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게시판 청원에는 현재 6만여 명이 동참했다.

기동훈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의료현장에서 의료인들에 대한 폭행·협박은 단순 폭행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지만 자칫 잘못하면 다른 환자들에 대한 진료 지연으로 이어져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며 “버스운전사에 대한 폭행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듯 의료인에 대한 폭행도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인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불의의 사고 등이 나면 처벌받지 않도록 면책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일 신호를 위반하면서까지 긴급 환자를 이송하다 사고를 내 환자 한 명이 사망하고 동승자 세 명을 다치게 한 119구급차 운전자가 결국 경찰에 입건돼 처벌 위기에 처하면서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서는 구급차, 소방차 등 ‘긴급 자동차’는 긴급상황 시 신호·속도위반을 해도 되지만, 사고가 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