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재정개혁특위 조세개편 권고안 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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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구조 변화 읽지 못하고
시장동향에도 눈감은 채
이념에 얽매여 내놓은 조세개편안
단기 정책 목표에 휘둘리지 말고
과학에 근거한 조세정책 펼쳐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시장동향에도 눈감은 채
이념에 얽매여 내놓은 조세개편안
단기 정책 목표에 휘둘리지 말고
과학에 근거한 조세정책 펼쳐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지난 3일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정부에 제출한 종합부동산세, 금융소득 종합과세, 주택임대 소득세, 환경 관련 개별소비세 등 4건의 조세 관련 권고안에 대한 반응이 뚜렷이 엇갈린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확정·시행되기 위해선 오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와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충분한 내용 협의나 조정이 있을 것이다. 특위는 중장기적으로 과세의 형평성과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하반기에도 개혁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번 권고안이 문재인 정부가 재정개혁 중장기 로드맵 수립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만든 특위의 첫 결과물이어서다.
조세개혁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처한 구조적 변화에 대한 몇 가지 전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가 우리 경제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경제는 자본의 대량 투입이 아니라 인적 자원에서 나오는 창의적 지식과 기술혁신에 의해 이뤄질 것이란 점이다. 또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자본은 과잉 축적돼 있는 반면 투자 및 소비자 구매력은 부족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특위는 이런 구조적 변화를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공평과세를 통한 소득재분배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과세제도 합리화를 주목한 것 같다. 특위 홈페이지에 적시한 ‘단기간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100년을 이어갈 재정정책 개혁의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는 포부에는 그다지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멀리스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책임자로 해 세계 조세학자를 총동원, 2050년까지 나아가야 할 조세정책 방향을 ‘멀리스 리뷰(The Mirrlees Review)’에 담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 개방형 선진경제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조세제도(good tax system)는 더 많은 조세수입을 창출하면서도 경제적, 행정적 비효율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조세수입은 정부나 납세자가 부담하는 조세지출비용보다 더 높은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이는 정부 행정비용과 납세자 직접부담 비용 외에 납세자의 세금회피 행동으로 인한 사회후생 관련 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富)의 재분배와 부동산 가격안정 등을 목표로 한 부동산 보유세 및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는 이미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위축이 심각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납세자의 조세회피 후생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종합부동산세제의 정상화 조치에 따른 부담이 결국 임차인이나 잠재 구입자에게로 전가되고, 주택 가격의 지역별 양극화도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납세자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세의 명분만 추구하면 조세회피 후생비용만 높이게 될 공산이 크다.
2013년 소득공제를 줄이고 세액공제를 늘려 이상적인 누진적 형태의 소득세제 개편을 시도한 적이 있다. 논리적으로는 당시 정부가 추진한 세법개정안이 맞았지만 일부 유리지갑인 직장인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연말정산 대란이 일어났다. 결국 분노한 봉급생활자를 달래기 위해 소득공제를 늘리면서 누진도를 낮추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사태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조세정책은 정치적 예술(art)이지만 경제학, 세법이론, 회계학이라는 과학(science)이 근거가 돼야 한다. 그동안 정권마다 조세를 통해 많은 정책목표를 달성하려 한 결과, 세제만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졌고 조세 부담의 공평성은 오히려 크게 저하된 측면이 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조세개혁을 일관성 있게 끌고 가는 일은 쉽지 않다. 가고자 하는 목표를 지켜낸 정권도 별로 없다. 하지만 다음 총선과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이나 다른 야당의 정치인들은 여론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어느 정권이 더 국민을 위하는 정권인지 세금이란 잣대로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세개혁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처한 구조적 변화에 대한 몇 가지 전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가 우리 경제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경제는 자본의 대량 투입이 아니라 인적 자원에서 나오는 창의적 지식과 기술혁신에 의해 이뤄질 것이란 점이다. 또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자본은 과잉 축적돼 있는 반면 투자 및 소비자 구매력은 부족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특위는 이런 구조적 변화를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공평과세를 통한 소득재분배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과세제도 합리화를 주목한 것 같다. 특위 홈페이지에 적시한 ‘단기간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100년을 이어갈 재정정책 개혁의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는 포부에는 그다지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멀리스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책임자로 해 세계 조세학자를 총동원, 2050년까지 나아가야 할 조세정책 방향을 ‘멀리스 리뷰(The Mirrlees Review)’에 담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 개방형 선진경제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조세제도(good tax system)는 더 많은 조세수입을 창출하면서도 경제적, 행정적 비효율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조세수입은 정부나 납세자가 부담하는 조세지출비용보다 더 높은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이는 정부 행정비용과 납세자 직접부담 비용 외에 납세자의 세금회피 행동으로 인한 사회후생 관련 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富)의 재분배와 부동산 가격안정 등을 목표로 한 부동산 보유세 및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는 이미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위축이 심각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납세자의 조세회피 후생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종합부동산세제의 정상화 조치에 따른 부담이 결국 임차인이나 잠재 구입자에게로 전가되고, 주택 가격의 지역별 양극화도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납세자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세의 명분만 추구하면 조세회피 후생비용만 높이게 될 공산이 크다.
2013년 소득공제를 줄이고 세액공제를 늘려 이상적인 누진적 형태의 소득세제 개편을 시도한 적이 있다. 논리적으로는 당시 정부가 추진한 세법개정안이 맞았지만 일부 유리지갑인 직장인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연말정산 대란이 일어났다. 결국 분노한 봉급생활자를 달래기 위해 소득공제를 늘리면서 누진도를 낮추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사태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조세정책은 정치적 예술(art)이지만 경제학, 세법이론, 회계학이라는 과학(science)이 근거가 돼야 한다. 그동안 정권마다 조세를 통해 많은 정책목표를 달성하려 한 결과, 세제만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졌고 조세 부담의 공평성은 오히려 크게 저하된 측면이 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조세개혁을 일관성 있게 끌고 가는 일은 쉽지 않다. 가고자 하는 목표를 지켜낸 정권도 별로 없다. 하지만 다음 총선과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이나 다른 야당의 정치인들은 여론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어느 정권이 더 국민을 위하는 정권인지 세금이란 잣대로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