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핵화-체제보장 병행 vs 北 체제보장후 비핵화…협상 가능"
"폼페이오, '모든 核프로그램 요소 폐기' 언급했으나 北 반박없이 경청"
"협상 상당한 진전…향후 협상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 높아져"
美외교소식통 "비핵화-체제보장 주고받기 가능…순서의 문제"
북한과 미국이 지난 6∼7일 고위급 협상 과정에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선후(先後)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였으나 이는 순서(sequencing)의 문제로서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주고받기가 가능하다고 미국 워싱턴의 핵심 외교소식통이 9일 밝혔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7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 핵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폐기할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북한 측이 이를 반박하지 않고 경청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북미 협상 진행상황에 정통한 이 소식통은 이날 연합뉴스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를 놓고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실제 협상결과를 들여다보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미간에는 물론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전제하고 "미국은 비핵화 조치와 체제보장 조치를 병행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한데 반해 북한은 체제보장 이후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순서의 문제일 뿐"이라며 "협상을 통해 서로 주고받기가 가능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으로 북미가 '워킹그룹'을 통한 후속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빅딜'을 모색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8일 일본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의 세 부분인 평화로운 관계 구축, 안전 보장, 비핵화는 각각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관련 노력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비핵화가 일어나는 동안 그 과정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일정한 안전 보장에 도움이 되는 조치들과 양국 간 관계 개선이 (함께)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혀,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동시적 추진 원칙을 언급했다.

이 소식통은 또 비핵화 문제를 놓고 북미 간에 첨예한 신경전을 벌인 것처럼 비쳐진 것과는 달리 이번 협상에서 북한 측은 폼페이오 장관의 제안을 진지하게 청취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측에 핵무기 생산시설과 우라늄 농축 등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폐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으나, 북측은 이를 반박하지 않고 이를 경청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라면 북미 양측이 9시간 동안 테이블에 앉아 대단히 진솔하게 대화를 나눴다는 점"이라며 "서로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알게 됨으로써 앞으로 협상에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북측 외무성 대변인 담화의 내용도 자세히 뜯어보면 북한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미국 측에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내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어찌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그 형식이 대변인 담화라는 대단히 낮은 형식으로 내보낸 것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