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성의 블로소득] "이오스가 뭐냐"…블록체인 시계 멈춘 일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 블록체인 기술에서 일본에 6개월 앞서
"한국은 여전히 블록체인 선진국"
"한국은 여전히 블록체인 선진국"
올 1월, 일본은 한국을 앞질러갔다.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면서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투기 논란이 벌어지던 때였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산업에서 한국이 이대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6개월이 지났다. 상황은 뒤집혔다. 직접 가본 일본은 반년 만에 저 뒤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그동안 제자리걸음 한 탓이다.
이달 4~5일 일본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 ‘토큰스카이 도쿄’의 주최사 아소비모 카츠라기 콘도 대표는 한국을 중국과 미국에 이은 3대 블록체인 강국으로 꼽았다. 암호화폐 공개(ICO) 금지 등 비우호적 국내 환경에도 불구, 높은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세계 각국에서 ICO를 진행하고 블록체인 사업을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블록체인이 구성되는 방식이나 암호화폐의 정의 등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일찌감치 비트코인 결제시스템을 도입한 게 무색할 만큼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에서는 이미 약 6~7개월 전 열린 각종 행사에서 이미 다뤄진 내용들이었다.
이처럼 일본이 뒤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업계 관계자는 “코인체크 해킹 사태 후 일본의 블록체인 시계는 멈췄다”고 했다. 지난 1월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는 5700억원에 달하는 넴(NEM) 코인을 해킹 당했다. 피해자만 26만명에 해커도 끝내 잡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해킹 사건으로 받은 충격이 너무 컸다. 블록체인 투자 열풍이 분 다음 산업에 적용하는 단계가 이어져야 하는데 멈춰버렸다”고 말했다. “지금은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탐색하는 단계다. 실제로 여러 산업군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위기를 살피고 조심스러워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블록체인에 빠르게 적응하고 벌써 실제 산업에 연계된 무언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 한국인은 참 빠르다고 느꼈다”고 귀띔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해외 관계자들도 한국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블록체인 업체와 미디어 등은 “한국은 블록체인 선진국이자 큰 시장”이라면서 한국 기자들에게 규제 동향에 대한 질문을 던져오기도 했다.
일본이 전진하지 못하는 사이에 한국과 6개월 정도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국내 업계에는 ICO를 마친 기업이 다수 있다. 여전히 부정적 시선도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현실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하기 위한 개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올해 말이면 일상에서 쓸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은 늦은 만큼 현실감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환전과 마케팅 사업을 하는 일본 기업 넥서스는 암호화폐 거래소(TOUREX) 개설과 ICO를 준비 중이다. ICO 규모는 1000억원으로 설정했다. ICO 규모를 통상 200억~400억원으로 줄인 국내 기업들에 비하면 다소 높은 목표치다. 회사 관계자는 목표 금액이 지나치게 큰 것 아니냐는 시각에 “괜찮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충격적인 에피소드 하나. 기자가 대표적 암호화폐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를 들자 현지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이오스가 뭐냐”고 물었다. “그런 게 있는 건 알지만 그게 유망한 코인이었느냐”고 반문했다. 일본의 블록체인 산업 현 주소를 보여주는 발언인 듯했다.
한국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일본만 비교 대상이 아니다. 중국보다는 6개월 이상 늦다는 평가가 있어서다. 블록체인 시계에는 이미 가속이 붙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6개월이 지났다. 상황은 뒤집혔다. 직접 가본 일본은 반년 만에 저 뒤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그동안 제자리걸음 한 탓이다.
이달 4~5일 일본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 ‘토큰스카이 도쿄’의 주최사 아소비모 카츠라기 콘도 대표는 한국을 중국과 미국에 이은 3대 블록체인 강국으로 꼽았다. 암호화폐 공개(ICO) 금지 등 비우호적 국내 환경에도 불구, 높은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세계 각국에서 ICO를 진행하고 블록체인 사업을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블록체인이 구성되는 방식이나 암호화폐의 정의 등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일찌감치 비트코인 결제시스템을 도입한 게 무색할 만큼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에서는 이미 약 6~7개월 전 열린 각종 행사에서 이미 다뤄진 내용들이었다.
이처럼 일본이 뒤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업계 관계자는 “코인체크 해킹 사태 후 일본의 블록체인 시계는 멈췄다”고 했다. 지난 1월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는 5700억원에 달하는 넴(NEM) 코인을 해킹 당했다. 피해자만 26만명에 해커도 끝내 잡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해킹 사건으로 받은 충격이 너무 컸다. 블록체인 투자 열풍이 분 다음 산업에 적용하는 단계가 이어져야 하는데 멈춰버렸다”고 말했다. “지금은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탐색하는 단계다. 실제로 여러 산업군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위기를 살피고 조심스러워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블록체인에 빠르게 적응하고 벌써 실제 산업에 연계된 무언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 한국인은 참 빠르다고 느꼈다”고 귀띔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해외 관계자들도 한국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블록체인 업체와 미디어 등은 “한국은 블록체인 선진국이자 큰 시장”이라면서 한국 기자들에게 규제 동향에 대한 질문을 던져오기도 했다.
일본이 전진하지 못하는 사이에 한국과 6개월 정도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국내 업계에는 ICO를 마친 기업이 다수 있다. 여전히 부정적 시선도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현실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하기 위한 개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올해 말이면 일상에서 쓸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은 늦은 만큼 현실감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환전과 마케팅 사업을 하는 일본 기업 넥서스는 암호화폐 거래소(TOUREX) 개설과 ICO를 준비 중이다. ICO 규모는 1000억원으로 설정했다. ICO 규모를 통상 200억~400억원으로 줄인 국내 기업들에 비하면 다소 높은 목표치다. 회사 관계자는 목표 금액이 지나치게 큰 것 아니냐는 시각에 “괜찮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충격적인 에피소드 하나. 기자가 대표적 암호화폐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를 들자 현지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이오스가 뭐냐”고 물었다. “그런 게 있는 건 알지만 그게 유망한 코인이었느냐”고 반문했다. 일본의 블록체인 산업 현 주소를 보여주는 발언인 듯했다.
한국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일본만 비교 대상이 아니다. 중국보다는 6개월 이상 늦다는 평가가 있어서다. 블록체인 시계에는 이미 가속이 붙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