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한 저수지를 빽빽하게 덮은 태양광 패널
경북의 한 저수지를 빽빽하게 덮은 태양광 패널
위 사진은 저수지 수면 위에 건설한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입니다. 저수지 태양광은 민간 발전업체가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에서 저수지나 댐을 임대해 발전소를 짓고,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태양광 발전소엔 정부 보조금이 꽤 많이 지원되기 때문에, 일단 짓기만 하면 손해를 보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지요.

앞으로는 저수지에 빽빽하게 들어찬 태양광 발전 설비를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대폭 늘리고 있어서지요.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할 경우 전력이 크게 모자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소규모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GW 전력을 생산하려면, 여의도 면적(약 90만평)의 4.6배만큼 태양광 설비를 깔아야 합니다.

정부는 최근 농어촌공사의 ‘농업생산기반시설 사용허가 지침’을 개정했습니다. 골자는 저수지 태양광의 규제 완화입니다. 종전까지 저수지의 만수(滿水) 면적 대비 10%까지만 태양광 설비를 넣었을 수 있었는데, 이 규제를 없애면서 저수지 전체를 태양광으로 덮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저수지에 ‘인공 설비’인 태양광 패널이 들어차면 수중 생태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충분한 햇빛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이죠. 미관상 문제를 지적하는 주민도 많습니다. 태양광 모듈과 전지에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수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지적도 있구요.

임야 태양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태양광 시설 허가면적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 기준 681㏊였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20배 넘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확정수익률 연 10~20%’라며 투자자를 꾀는 ‘태양광 기획부동산’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요. 혈세인 정부 보조금을 노린 투기꾼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입니다.

문제는 임야 태양광 발전 설비가 늘어날수록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태양광 설비를 구축하려면 수 십년간 가꿔온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야 합니다. 산사태와 토사 유출을 피할 수 없습니다. 대규모 임야 태양광 시설이 산림을 훼손하고 난개발을 부추기는 겁니다. 지난 5월부터 잇따랐던 강원 철원, 경북 청도 등 태양광 단지 내에서의 산사태는 자연의 경고에 다름 아닙니다.

태양광이 ‘반드시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란 사실을 이제 국민들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환경단체들의 ‘침묵’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무분별한 태양광 설비 확산에 대해 국내 대표적인 환경단체들은 흔한 논평 하나 낸 적이 없으니까요. 주요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태양광 창업·진흥학교’와 같은 자체 수익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이 ‘태양광의 그늘’에 대해 계속 침묵하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