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숲에 조성한 도심 텃밭 '양극화 해소' 상징 공간으로
대구 동구 안심1동에는 대단지 아파트숲 사이에 1만3000㎡ 규모의 대형 텃밭(사진)이 있다. 초등학교 예정 부지이던 이곳은 학생이 적어 초등학교를 짓지 못하고 놀리게 되자 쓰레기와 오물이 쌓여 동네의 문제거리였다. 이곳을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의 강현구 대표가 건의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땅을 제공해 나눔텃밭으로 변신시켰다. 이름도 LH율하나눔텃밭으로 붙였다.

이 텃밭에는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에 사는 할아버지 두 분이 방울토마토와 고추 등을 키운다. 한 분이 못 나올 때는 다른 할아버지가 물도 주고 운좋게 만나면 막걸리도 한잔하며 농사와 세상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임대와 분양아파트에 떨어져 사는 할아버지들은 텃밭이 아니었다면 같은 공간에서 친구로 만날 일이 없는 사이였다. 강 대표는 “어르신들도 빈부 격차에 따라 경로당 마을회관 공원 가는 사람들로 나뉘어져 서로 만날 일이 없다”며 “LH율하나눔텃밭은 도시 내 모든 차이와 차별이 해소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텃밭에서는 농사 잘 짓는 사람이 ‘왕’이다.

강 대표는 “경제적 가치로 따지자면 300억원이 넘는 땅이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라며 “정부에서도 이런 공간을 많이 조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눔텃밭은 동구지역 사회적 경제와 공동체 회복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2014년 4월 개장한 LH율하나눔텃밭은 300여 개 가족텃밭과 30여 개 단체텃밭이 있다. 비닐, 화학비료,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친환경 텃밭에서 주민들은 토끼도 키우고 농사교육도 하면서 1000여 명이 텃밭을 주제로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해가고 있다. 공공텃밭 990여㎡에는 봄에는 밀, 가을에는 메밀을 심는다. 가을엔 메밀묵 축제를 열어 어른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준다.

겨울에는 김장나눔축제로 마을축제와 봉사의 장이 되기도 한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