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의 월드컵 홍보 경쟁… 부메랑 될라
2018 러시아월드컵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경기장마다 중국어로 도배된 광고를 보면 이게 중국월드컵인지 러시아월드컵인지 헷갈릴 정도다. 상업부동산개발업체 완다, 유제품 회사 몽뉴, 자매브랜드인 오포와 함께 중국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비보, 그리고 TV 제조업체 하이센스 등이 주인공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부패 스캔들 여파로 소니, 에미레이트항공 등 기존 스폰서들이 월드컵 후원을 철회하면서 그 빈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채웠다. 러시아월드컵 공식스폰서로 선정된 19개 회사 중 중국 회사가 7개에 달한다. 이들의 마케팅 비용은 총 8억3500만달러(약 9300억원)로 전체 광고비 24억달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시장조사업체 제니스가 발표했다.

월드컵 경기장 곳곳을 장식한 중국 광고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상당수가 중국어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 축구팬보다는 13억 중국인 시청자를 광고 ‘타깃’으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기업의 속사정도 매우 다르다. 2016년 1억5000만달러에 FIFA 스폰서 계약을 맺은 완다는 이 당시만 해도 자산규모가 150조원에 달하는 초거대 공룡기업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완다를 비롯한 몇몇 중국 기업의 과도한 부채비율과 무리한 해외 확장에 제동을 걸면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작년부터 호텔, 테마파크 등 사업을 헐값에 매각했다. 부채 상환과 사업 구조조정에 사활이 걸려 있는 지금의 완다그룹에 월드컵 스폰서 계약은 계륵 같은 존재일 것이다.

유제품 업체 몽뉴는 최근 몇 년간 유통채널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었지만, 유통채널을 재정비하고 제품라인업을 강화해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1위이자 경쟁업체인 이리가 회장의 배임횡령 등 스캔들에 휘말려 있는 동안 몽뉴는 시장점유율, 제품마진 등에서 1등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201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때 태양광 설비업체인 잉리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 스폰서로 지정된 중국 기업이었다. 하지만 그 후 4년간 무려 10억달러에 가까운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주가도 고점 대비 99% 하락해 시가총액이 3000만달러를 밑돈다. 일부 중국 기업의 이런 월드컵 홍보경쟁이 무리한 바벨탑 쌓기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