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추산
투자유발 효과는 20년간 72조
한국 주력산업 도약 가능성도
전력생산·케이블 연관분야 많아
풍력부품 제조분야 잠재력 커
2016년 9월 풍력발전소가 가동되자 ‘반전’이 일어났다. 주민들은 “풍력발전소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음은 바닷바람에 묻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지난해 금등리 해녀들은 할당된 1년 어획량을 9개월 만에 다 채웠다. 수면 아래 발전소 구조물이 어장 역할을 해 해삼과 어류 등이 더 늘어났다는 게 발전소 측 설명이다. 고춘희 금등리 이장은 “발전소 측 지원으로 관광객이 묵을 숙소와 복지시설도 많이 생겼다”며 반겼다.
일자리·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탁월
발전사들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이행하는 핵심 사업으로 해상풍력을 꼽고 있다. 환경 훼손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탁월해서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향후 20년간 해상풍력 건설과 운영비용만으로 72조원의 투자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10년간 창출될 일자리만 해도 42만여 개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은 해상풍력 발전소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할 배후 항만이다. 바다 위에 풍력발전 단지를 설치하려면 막대한 운송 및 설치비용이 든다. 풍력단지와 기자재를 실어나르는 항구가 멀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 마련이다. 해상풍력 단지와 가까운 육지에 배후 항만을 조성하고 관련 산업단지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독일 북동부의 항만도시 브레머하펜은 해상풍력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독일 정부는 2040년까지 이곳을 해상풍력 전진기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200만㎡ 규모의 풍력산업 단지도 들어선다. 이미 연구기관과 프랑스의 아레바를 비롯한 에너지 기업, 발전기 부품 제조사 30여 곳 등을 유치했다. 성진기 에너지기술평가원 팀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 덕에 잡음 없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풍력산업 규모는 조선업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2016년 기준 세계 풍력산업 시장 규모는 1110억달러, 연관 일자리는 115만 개에 달했다. 2030년께면 653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선·해양산업에도 활력
풍력발전기 부품과 조선·해양 기자재 부품의 제조 공정은 비슷하다. 성 팀장은 “풍력부품 제조 분야는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며 “이미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조선기자재 산업의 기술력으로 해상풍력에 필요한 타워·블레이드·기어박스 등 20여 개 부품을 제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400㎿짜리 해상풍력 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하부 구조물을 세우는 데는 5000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 목표(12GW) 하부구조물로만 해도 15조원에 달하는 신규 수주 물량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해상풍력이 한국의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력생산과 케이블 사업 등 이미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연관 분야가 많아서다. 수십년간 발전소를 운영해온 국내 발전사들이 해상풍력 운영 시스템을 개발해 수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중앙제어 원격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벤처·중소기업 역시 해상풍력산업에 진출하는 게 비교적 수월하다.
선진국들은 주변국과 협력해 해상풍력 발전용 인공섬 건설에 들어가는 등 해상풍력 비즈니스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3월 덴마크독일네덜란드는 거대한 해상풍력 발전용 ‘인공섬’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6㎢ 규모의 인공섬은 영국 동쪽 약 100㎞ 앞바다에 있는 북해의 여울 ‘도거 뱅크’에 조성될 예정이다. 건설비는 13억유로다.
인공 섬 주변에 1㎞ 간격으로 풍력 터빈 약 7000개를 설치한다는 복안이다. 성 팀장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국내 해상풍력산업이 다소 뒤처진 건 사실”이라며 “정부의 관심과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