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생산성 향상과 역내 공동시장 창설에 전념할 때이다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대해선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그런대로 활기를 띠고 있는데, 왜 한국경제만 침체 상태인가에 대해 다소 견해 차이가 있겠지만,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한 영세·한계 기업들이 대거 퇴출되는 과정에서 실업이 오히려 증가되고 빈부 격차가 확대되면서 초래된 면이 크다고 생각된다.


거기에다가 트럼프 정권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침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본격화 할 미중무역 전쟁은 해외 시장의 축소를 초래하여 한국경제 침체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금후 국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하나의 정책 요소는 근로시간 단축이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 근로 40시간+연장근로12시간)으로 단축됨에 따라 적지 않은 기업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 제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고 이에 따라 한국경제의 침체도 심해 질 것이다.


이러한 대내·대외적 환경 속에서 한국경제는 침체상태 극복을 위해 어떠한 대응 전략 세워야 할까? 먼저 대내 정책을 살펴보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으로 노동생산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인건비는 올랐고 노동시간은 줄었다. 노동생산성은 그대로인데 노동 코스트만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출현은 한계기업을 도산으로 몰아가고 일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제외한 적지 않은 기업들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더욱이 한국 기업들은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관계로 코스트 인상 요인을 가격에 전가시킬 수 없으므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고성능 시설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주도로 근로자의 숙련과 기술수준 향상에 전력투구함으로써 코스트 인상분에 상응하는 생산성 향상을 실현해야 한다. 저소득층에 일방적으로 지불되는 이전소득을 그들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는데 사용한다면 지속적인 소득증대 효과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대외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정권의 보호무역정책과 그 일환으로 대두된 미중 무역전쟁은 기술한 바와 같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를 크게 흔들 것이다. 이러한 불안한 상태를 극복함에 있어서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EU(유럽연합)의 존재이다. 유럽 27개국이 EU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마케팅 파워를 가지게 되어 트럼프의 일방적인 보호무역정책에도 역내 독일, 프랑스 등 개별 국가들은 크게 위축됨이 없이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소국인 한국 경제로서는 대국인 미국경제의 보호무역주의에 극히 약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안한 통상환경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역내 공동시장의 구축이 최선이다. 그 추진 방법으로서 우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서두름과 동시에 역내 공동체적 존재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구축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RCEP가 구축될 환경이 무르익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존재를 어느 나라보다 절실히 필요로 하는 한국으로서는 면밀한 연구를 토대로 RCEP성립을 위해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RCEP 성립을 시야에 두면서 역대 개별국가들과의 경제적 긴밀도를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이고도 집요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한 노력은 설사 RCEP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한국경제의 대외관계를 안정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국경제에 업습해 오는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극복하고 더 이상 침체 상태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선 위기의식을 가지고 국가의 총 역량을 생산성 향상과 역내 공동시장 창설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시론]생산성 향상과 역내 공동시장 창설에 전념할 때이다 … 이종윤 외대 교수

















<기고>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