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역점사업 '일대일로' 프로젝트, 세계 곳곳서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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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동부해안철도 사업 중단·콜롬비아 이투앙고 댐 붕괴위기
전문가 "일대일로 참여기업, 중화사상 때문에 프로젝트에 손해 발생 인정해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세계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주도로 추진된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사업과 콜롬비아의 이투앙고 수력발전 댐 건설 사업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中國交通建股·CCCC)이 수주해 진행하던 ECRL 건설사업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사업비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고 수익성도 의심된다며 공사를 중지시켰다.
ECRL 건설사업은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시작해 라오스와 태국을 넘어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을 거쳐 믈라카 해협의 클랑을 잇는 철도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 집권 시절 계약이 체결됐으며, 약 165억 달러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지난 5월 출범한 마하티르 모하맛 정부는 이자율과 토지 수용비, 기타 부대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200억 달러 이상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CRL 건설사업은 중국교통건설이 시공을 맡고 사업비의 85%를 중국수출입은행이 빌려주는 조건으로 추진됐다.
또 중국 국부펀드 자금을 받아 건설 중인 이투앙고 수력발전 댐은 홍수로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
콜롬비아 재난당국은 북부 안티오키아주 카우카 강에 짓고 있는 이투앙고 수력발전 댐의 수위가 지난 5월 집중호우로 한계점에 다다르자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하류 주변 주민들을 긴급히 안전시설로 소개했다.
40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투앙고 댐은 콜롬비아 전체 전력 수요의 17%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댐 건설 비용의 상당 부분은 중국이 지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거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말레이시아와 콜롬비아에서 벌어지는 두 사례가 결코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추진 중인 중국의 건설 프로젝트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는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에도 오명을 남기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나서서 전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으로, 시 주석이 집권 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 자문회사인 RWP 자문그룹에 따르면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 구상을 선언한 이후 66개 국가에서 추진 중인 1천674개 인프라 건설사업 가운데 14%인 234개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여론의 반대, 사업 지연, 해당 국가의 안보 우려 등 다양한 형태 표출되고 있다.
특히 중국 측의 관리능력 부족을 프로젝트 추진의 장애물로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미코 후오타리 연구원은 "현지 상황, 해당 국가의 위험을 상대적으로 무시하고, 사업 투명성도 결여돼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자금을 지원받는 국가가 사업에 문제가 있더라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ECRL 프로젝트 계약을 맺을 당시인 2016년 11월 시 주석은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 관계로 표현하면서 친밀감을 강조했다.
또 나집 라작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는 양국관계를 '진정한 친구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칭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달 나집 전 총리가 '1MDB 스캔들'로 기소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스캔들은 나집 전 총리가 2009년 자신이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MDB을 통해 45억달러(약 5조원)를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을 말한다.
마하티르 신정부 출범 후 ECRL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되고 '불평등 계약'이라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ECRL 프로젝트에 85%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중국 수출입은행도 금융전문가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복잡한 말레이시아 국내 현안을 다룰 능력은 없었다.
중국이 해외에서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 수가 해당 국가 환경 및 시민단체의 반대 속에서 추진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투앙고 수력발전 댐의 경우 현지 환경운동가들은 2010년부터 산사태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물론 해외에서 추진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가운데 어떤 것도 자금을 댄 중국 측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제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런던정경대학(LSE) 싱크탱크인 'LSE 아이디어(Ideas)'의 중국 전문가인 위제 연구원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중국 기업들은 중화사상, 즉 중국중심주의 때문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전문가 "일대일로 참여기업, 중화사상 때문에 프로젝트에 손해 발생 인정해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세계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주도로 추진된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사업과 콜롬비아의 이투앙고 수력발전 댐 건설 사업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中國交通建股·CCCC)이 수주해 진행하던 ECRL 건설사업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사업비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고 수익성도 의심된다며 공사를 중지시켰다.
ECRL 건설사업은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시작해 라오스와 태국을 넘어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을 거쳐 믈라카 해협의 클랑을 잇는 철도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 집권 시절 계약이 체결됐으며, 약 165억 달러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지난 5월 출범한 마하티르 모하맛 정부는 이자율과 토지 수용비, 기타 부대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200억 달러 이상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CRL 건설사업은 중국교통건설이 시공을 맡고 사업비의 85%를 중국수출입은행이 빌려주는 조건으로 추진됐다.
또 중국 국부펀드 자금을 받아 건설 중인 이투앙고 수력발전 댐은 홍수로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
콜롬비아 재난당국은 북부 안티오키아주 카우카 강에 짓고 있는 이투앙고 수력발전 댐의 수위가 지난 5월 집중호우로 한계점에 다다르자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하류 주변 주민들을 긴급히 안전시설로 소개했다.
40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투앙고 댐은 콜롬비아 전체 전력 수요의 17%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댐 건설 비용의 상당 부분은 중국이 지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거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말레이시아와 콜롬비아에서 벌어지는 두 사례가 결코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추진 중인 중국의 건설 프로젝트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는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에도 오명을 남기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나서서 전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으로, 시 주석이 집권 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 자문회사인 RWP 자문그룹에 따르면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 구상을 선언한 이후 66개 국가에서 추진 중인 1천674개 인프라 건설사업 가운데 14%인 234개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여론의 반대, 사업 지연, 해당 국가의 안보 우려 등 다양한 형태 표출되고 있다.
특히 중국 측의 관리능력 부족을 프로젝트 추진의 장애물로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미코 후오타리 연구원은 "현지 상황, 해당 국가의 위험을 상대적으로 무시하고, 사업 투명성도 결여돼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자금을 지원받는 국가가 사업에 문제가 있더라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ECRL 프로젝트 계약을 맺을 당시인 2016년 11월 시 주석은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 관계로 표현하면서 친밀감을 강조했다.
또 나집 라작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는 양국관계를 '진정한 친구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칭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달 나집 전 총리가 '1MDB 스캔들'로 기소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스캔들은 나집 전 총리가 2009년 자신이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MDB을 통해 45억달러(약 5조원)를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을 말한다.
마하티르 신정부 출범 후 ECRL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되고 '불평등 계약'이라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ECRL 프로젝트에 85%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중국 수출입은행도 금융전문가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복잡한 말레이시아 국내 현안을 다룰 능력은 없었다.
중국이 해외에서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 수가 해당 국가 환경 및 시민단체의 반대 속에서 추진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투앙고 수력발전 댐의 경우 현지 환경운동가들은 2010년부터 산사태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물론 해외에서 추진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가운데 어떤 것도 자금을 댄 중국 측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제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런던정경대학(LSE) 싱크탱크인 'LSE 아이디어(Ideas)'의 중국 전문가인 위제 연구원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중국 기업들은 중화사상, 즉 중국중심주의 때문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