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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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한 중국 위안화 거래량이 1% 미만으로 감소했다.

지난 6일 중국 인민은행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9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한 후 10개월간 지속적으로 검열을 실시해 비트코인 시장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검열 정책이 표면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중국의 암호화폐 검열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간(P2P) 암호화폐 거래까지 차단했다. 올 2월에는 각종 암호화폐 공개(ICO) 관련 웹사이트들까지 차단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당분간 중국이 암호화폐 거래를 풀어줄 가능성이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은 가장 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에 투자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전 세계 블록체인 펀드 가운데 가장 큰 손인 ‘펜부시 캐피털’을 비롯해 손 꼽히는 암호화폐 펀드들은 대부분 중국계다.

중국계 자본이 손을 뻗지 않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중국계 큰손들의 채굴량이 압도적이다.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중국의 채굴장이 대부분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중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 ‘금색재경(金色財經)’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암호화폐 채굴기의 70%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

이달 2일 중국 쓰촨(四川) 지역 침수로 암호화폐 채굴장이 타격을 입자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어들어 희귀성이 늘어난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계 4위 암호화폐 비트코인캐시, 11위 트론, 12위 네오, 17위 바이낸스 코인, 19위 비체인, 20위 퀀텀 등 상위권 암호화폐들은 중국 개발자들이 만든 코인이다. 최근 메인넷을 론칭한 5위 암호화폐 이오스(EOS)는 중국에서 만들지는 않았으나 블록 생성을 담당하는 블록프로듀서(BP)는 대부분 중국계 자본이다.
도쿄 벨사르 시오도메에서 개최된 '토큰스카이 2018 도쿄'의 입간판.
도쿄 벨사르 시오도메에서 개최된 '토큰스카이 2018 도쿄'의 입간판.
블록체인 행사마저도 중국계 자본이 ‘싹쓸이’ 중이다. 각국에서 개최되는 블록체인 컨퍼런스 주최측과 스폰서(후원)도 중국 업체인 경우가 많다.

“중국이 암호화폐를 금지했다”면서 손을 놓은 사이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국내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했지만 세계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중국인이거나 중국계 펀드”라며 “향후 본격적 암호화폐 실사용 시대가 오면 암호화폐를 중국계 자본으로부터 비싸게 사와야 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산하 한경닷컴 객원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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