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대에서 100년 이상 이어진 동문 자녀 특혜 입학(레거시 입학)이 다양성을 해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백인, 부유층에게만 유리한 제도인데도 많은 대학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미국 명문대들은 사회·경제적 다양성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졸업생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가 이런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의 동문 자녀 지원자에 대한 입학허용률은 2010~2015년 33.6%로 일반 학생(5.9%)보다 5배 높았다. 프린스턴대도 지난 5년간 일반 학생 입학률은 7% 수준이었지만, 졸업생 자녀는 30%에 달했다. 레거시 입학은 입학 지원자 중 부모나 조부모가 그 대학을 나온 경우 참작하는 제도다. 1900년대 초 증가하는 유대인 학생의 입학을 막기 위해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시작됐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매년 입학생의 10~30%를 동문 자녀로 뽑는다.

WSJ는 “동문 자녀 특혜 입학은 한 세대 전 학생 구성을 반영하는 만큼 백인과 부유층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 제도에 반대하는 학생그룹인 ‘에드 모빌라이저’는 지난 2월 브라운대와 듀크대, 에머리대 등 12개 학교에 입학 제도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또 아시아계 학생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은 2014년 하버드대가 입학 전형에서 아시안 학생들을 차별하고 있다며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