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건으로 삼성전자 10회 압수수색한 검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0일 삼성전자 본사 등을 또 압수수색했다. 같은 사안으로 한 기업을 10번이나 압수수색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기록적’인 일로 평가된다. 수사 성과가 미진하자 ‘뭐라도 걸릴 때까지 압수수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스스로의 체면치레를 위해 수사권을 남용하는 전근대적 행태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털고 또 털고… 삼성 10번째 압수수색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10일 삼성전자 본사 경영지원실 등 3~4곳을 압수수색했다.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사관계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10차례 압수수색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사건은 지난 2월8일 검찰이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삼성전자 서초사업장, 수원사업장, 우면동 삼성서울R&D센터 등 세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관련 문건이 나왔다. 이렇게 시작된 ‘별건 수사’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듯 이후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4월에는 삼성전자서비스 수원 본사와 전·현직 간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경원지사·남부지사 및 이상주 전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수원 본사는 다섯 번이나 털어갔다. 이날 이상훈 사장을 압수수색하면서 어떻게든 ‘윗선’을 잡아야 한다는 검찰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한 사건으로 삼성전자 10회 압수수색한 검찰
지금까지 관련 수사는 여러 무리수를 노출하고 있다. 5월에는 관련자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6명이 기각됐다.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는 두 번 영장이 청구돼 모두 기각됐다. 노조 와해 전략 문건만 6000건을 확보했다던 검찰이 체면을 크게 구긴 장면이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의 빈틈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압수수색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며 “무소불위 독재시대 검찰이 하던 전근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의 수사 경쟁 분위기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을 잡았다’는 게 훈장처럼 검사 이력에 남아 검사 간 기업 잡기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한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수통 검사는 대기업 총수나 윗선을 잡는 게 주요 경력이 된다”며 “삼성 노조 사건은 현 정부의 코드와도 맞고 상대가 삼성인 만큼 성과로 내세우기 좋은 사건”이라고 했다.

◆공정위 수사도 ‘과도한 압수수색’

최근 시작된 검찰의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수사에서도 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있다. 공정위의 전·현직 간부 간 유착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이날 서울 대치동 유한킴벌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관련 압수수색을 수시로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공정위를 압수수색한 뒤 26일 인사혁신처와 신세계페이먼츠, 대림산업, JW홀딩스를 털었다. 이달 5일에도 현대·기아자동차, 현대백화점, 현대건설, 쿠팡 등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스스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아니며,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공직자윤리법 위반과 관련한 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직접 비리가 아닌데도 기업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하는 데 대한 불만이 나온다. 조그만 단서만 나오면 무조건 압수수색하는 관행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서는 한번 압수수색을 당하면 최소 며칠간 업무가 마비된다”며 “경영 지장은 물론이고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자체가 글로벌 기업 평판에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고윤상/안대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