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도 현지 만남과 짧은 대화가 큰 화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 참석은 자연스러울뿐더러,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대화도 따지고 보면 아주 상식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됐던 문재인 정부와 재계의 지난 14개월간 관계를 돌아볼 때 좋은 얼굴로 나눈 두 사람의 대화는 새삼 시선을 끌 만한 장면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기업들로서는 기대도 자아내게 할 만했다.

특히 주목된 것은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바란다”는 문 대통령 요청이다. 대통령이 “뉴델리 삼성전자 공장에서만 2000명 이상 일자리가 생겼다”고 강조한 점을 돌아보면 ‘일자리 창출자’로서 기업의 존재의미를 잘 알고 한 말로 들린다. 그래서 가급적 국내에서의 투자를 부탁 겸 당부로 한 것이다. 무역전쟁도 불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시로 기업들에 자국 내 투자를 호소하면서 때로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대통령 당부가 아니더라도 우리 기업이 한국 내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필요하며 바람직하기도 하다. ‘기업보국(企業報國)’이 삼성만의 책무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투자 여건이고, 기업의 분위기다. 정부는 전방위로 기업을 규제하며 경영권까지 위협하고, 국회까지 반(反)기업 정서에 올라탄 판에 누가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을까. 정부는 이에 대해 냉철하게 자문자답해 보기 바란다. ‘고용대란’의 답도 여기서 나올 것이다.

악화된 경제지표들을 보면 내년 이후에도 고용시장은 온통 먹구름이다. 대통령은 최근 내부회의에서 기업들의 애로청취와 소통강화를 주문했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과 경제부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친(親)노동 반(反)일자리 정책부터 손질해야 한다. 고용·임금·근로방식 모두에서 유연성 확보가 당면 과제다. 경제단체들의 규제완화 리스트를 보면 일자리 창출과 바로 연결되는 것들도 적지 않다. 정부는 기업에 투자도, 일자리 창출도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다. 대신 정부는 여건 조성에 앞장서면서 의당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성과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