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2조원 대출 제공·청년인재 양성·의료인력 등 지원
왕이 국무위원 "중국과 개도국 협력해 개방된 세계경제 구축하자"
"동맹국 넓히자"… '무역전쟁' 중국, 아랍에 대규모 지원 약속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이 아랍국가들에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는 등 무역전쟁의 동맹국을 넓히기 위한 '광폭 외교'에 나섰다.

11일 중국 신화통신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랍국가 협력포럼 겸 제8차 장관급 회의에서 중국과 아랍국가들의 전면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아랍국가들은 전면적인 협력과 공동 발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아랍국가들의 안정과 경제 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책도 제시했다.

우선 아랍국가들의 산업 발전과 경제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200억 달러(약 22조 원) 한도의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리아, 예멘, 요르단, 레바논 등의 인도주의 및 재건 사업을 위해 6억 위안(약 1천억 원)을 지원한다는 제안도 했다.

이들 국가의 치안 능력 강화와 사회 안정을 위해 10억 위안(약 1천7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도 추진하기로 했다.

석유, 가스, 저탄소에너지, 금융, 첨단기술 등의 합작을 위해 30억 달러(약 3조3천억 원)의 자금을 갖춘 '중국-아랍국가 은행 연합체'를 세우겠다는 뜻도 밝혔다.

중국이 대외 개방을 확대해 향후 5년간 수입 규모를 8조 달러(약 8천800조 원)까지 늘리고, 대외 투자도 7천500억 달러(약 8천400조 원) 수준까지 늘릴 것이므로 아랍국가와의 협력 기회도 많으리라 전망했다.

중동의 극단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청년 인재 양성책도 제시해 청년 사업가, 과학자, 기술자 등을 중국으로 초청해 연구개발 참여 등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아랍국가들에 500명의 의료 지원 인력을 파견하고, 총 1만 명에게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아랍국가들에 대한 이 같은 대규모 지원 약속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동맹국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시 주석은 "'네가 지면 내가 이긴다'는 유아독존의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공동의 안전과 번영을 끌어낼 수 없다"며 협력과 유대의 국제관계를 강조했다.

이는 중동 안정을 위한 각국의 협력을 요청한 것이지만,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읽힌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이 단결해 권익을 지키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왕 국무위원은 "우리는 개도국들과 더욱 개방된 세계 경제를 구축하고 개도국의 전체 이익을 수호할 뿐만 아니라 인류 진보에 있어 새로운 공헌을 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중국과 개도국이 힘을 합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자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