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정복'… 아밀로이드 억제 치료서 희망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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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바이오젠-日에자이…실패했던 임상서 반전 결과
알츠하이머 환자 856명 대상
抗아밀로이드 항체 투여
18개월 실시…치매진행 완화
다시 힘 받는 '아밀로이드 가설'
화이자·릴리 등 잇단 실패
바이오젠·에자이 성공으로
치매 치료제 개발 기대 커져
알츠하이머 환자 856명 대상
抗아밀로이드 항체 투여
18개월 실시…치매진행 완화
다시 힘 받는 '아밀로이드 가설'
화이자·릴리 등 잇단 실패
바이오젠·에자이 성공으로
치매 치료제 개발 기대 커져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로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달아 실패했던 임상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은 지난 5일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BAN2401’을 투여하고 1년6개월간 관찰했더니 질병 진행 속도가 느려졌다고 밝혔다. BAN2401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속에 쌓이는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억제하는 물질이다. 그동안 비슷한 역할을 하는 치료제들이 모두 실패하면서 베타아밀로이드가 치매의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번 임상 결과로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이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개월 만에 반전 결과
BAN2401은 지난해 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던 후보물질이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임상을 포기하지 않고 6개월간 추가 관찰과 통계 방식 변경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BAN2401은 베타아밀로이드 중에서도 이들이 원섬유를 형성하기 직전 상태인 원시섬유에 결합하는 항체 의약품이다. 임상은 경증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 환자 85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환자들은 2.5㎎/㎏, 5㎎/㎏, 10㎎/㎏ 세 가지 용량의 약물을 격주 또는 한 달 간격으로 18개월 동안 투여받았다. 그 결과 최고 용량인 10㎎/㎏을 투여받은 환자들에게서 알츠하이머가 느리게 진행됐다. 뇌 양전자단층촬영(PET) 영상에서 관찰된 뇌 속 아밀로이드 축적량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중대한 이상 반응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능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입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6개월 만에 뒤바뀐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임상에서 알츠하이머병을 평가하기 위한 척도로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새롭게 개발한 평가변수가 사용된 데다 통계 방식도 바꿨다는 점에서다. 가장 높은 용량을 사용한 환자에게서만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고 효능을 보인 환자 수가 공개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그러나 베타아밀로이드 약물의 부작용인 혈관성 부종이 생길 확률이 10%에 불과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업계는 평가했다.
◆‘베타아밀로이드 가설’ 부활
제약업계는 이번 결과로 그동안 외면받은 ‘아밀로이드 가설’이 부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밀로이드 가설은 1987년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환자들의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정체를 밝히면서 30년간 치매 연구의 중심에 자리잡은 이론이다.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면 뇌신경세포가 파괴되고 기억이 지워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을 개발해왔다. 아밀로이드 결합 항체, BACE 저해제, RAGE 저해제 등이다. 그러나 올초 화이자, 일라이릴리, MSD, 베링거인겔하임 등이 줄줄이 임상에 실패하면서 아밀로이드 가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BAN2401이 임상 3상에 성공하면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계속된 임상 실패 속에서 아밀로이드 항체 약물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감소시키고 인지능력을 개선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치매 환자들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6개월 만에 반전 결과
BAN2401은 지난해 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던 후보물질이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임상을 포기하지 않고 6개월간 추가 관찰과 통계 방식 변경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BAN2401은 베타아밀로이드 중에서도 이들이 원섬유를 형성하기 직전 상태인 원시섬유에 결합하는 항체 의약품이다. 임상은 경증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 환자 85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환자들은 2.5㎎/㎏, 5㎎/㎏, 10㎎/㎏ 세 가지 용량의 약물을 격주 또는 한 달 간격으로 18개월 동안 투여받았다. 그 결과 최고 용량인 10㎎/㎏을 투여받은 환자들에게서 알츠하이머가 느리게 진행됐다. 뇌 양전자단층촬영(PET) 영상에서 관찰된 뇌 속 아밀로이드 축적량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중대한 이상 반응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능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입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6개월 만에 뒤바뀐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임상에서 알츠하이머병을 평가하기 위한 척도로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새롭게 개발한 평가변수가 사용된 데다 통계 방식도 바꿨다는 점에서다. 가장 높은 용량을 사용한 환자에게서만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고 효능을 보인 환자 수가 공개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그러나 베타아밀로이드 약물의 부작용인 혈관성 부종이 생길 확률이 10%에 불과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업계는 평가했다.
◆‘베타아밀로이드 가설’ 부활
제약업계는 이번 결과로 그동안 외면받은 ‘아밀로이드 가설’이 부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밀로이드 가설은 1987년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환자들의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정체를 밝히면서 30년간 치매 연구의 중심에 자리잡은 이론이다.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면 뇌신경세포가 파괴되고 기억이 지워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을 개발해왔다. 아밀로이드 결합 항체, BACE 저해제, RAGE 저해제 등이다. 그러나 올초 화이자, 일라이릴리, MSD, 베링거인겔하임 등이 줄줄이 임상에 실패하면서 아밀로이드 가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BAN2401이 임상 3상에 성공하면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계속된 임상 실패 속에서 아밀로이드 항체 약물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감소시키고 인지능력을 개선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치매 환자들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