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스펙트럼 재현
블루라이트의 부작용 최소화
썬라이크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프로젝트만 200여 개
해외서 차세대 조명기술로 호평
獨 '올해의 제품상' 최고부문 선정
블루라이트 줄인 썬라이크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래 사람들은 형광등이나 LED와 같은 인공 백색 빛에 의존해 왔다. 급속한 산업고도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현대인들은 전체 시간의 80%를 실내에서 조명을 켜고 생활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자연광 노출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빛 공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각종 빛으로 넘쳐난다. 휴대폰, TV, PC 모니터 등 각종 디지털 기기는 물론이고 실내외에 다양한 인공 광원이 사용되면서 과도한 블루라이트에 노출되고 있다. 인공조명은 태양광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블루라이트를 방출한다. 야간에 특정 파장의 블루라이트는 신체의 휴식을 방해하고 장시간 노출 시 생체리듬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썬라이크는 서울반도체의 광반도체 기술과 일본 도시바 머티리얼즈사의 파장 변환기술인 ‘트라이알(TRI-R)’이 융합된 새로운 광원이다. 자연광의 장점은 키우고 인공광원의 단점은 크게 줄였다. 기존 LED는 청색 LED 백라이트에 노란색, 빨간색 등의 형광물질을 섞어 블루라이트 비율이 높았다. 썬라이크는 보라색 LED 백라이트에 다른 색깔의 형광체를 섞어 만들어 블루라이트 비율을 자연광 수준까지 낮췄다.
지난 3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적인 조명 전시회 ‘라이트앤드빌딩(Lighting & Building) 2018’ 심포지엄에선 여러 전문가가 인간 중심의 조명에 대해 강조했다. 미국 뉴욕 마운트 시나이병원의 옥타비오 페레즈 박사는 “채광이 좋은 건물, 즉 태양빛이 많이 들어오는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전기를 사용해 실내를 밝히는 인공조명 아래 사는 사람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건강하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며 “형광등이나 기존 LED등의 불규칙한 파장의 스펙트럼은 사용자의 생체리듬과 시력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썬라이크는 태양광과 가장 비슷한 스펙트럼을 구현해 시력 보호, 색재현력(물체가 가진 고유의 색상을 드러냄)의 관점에서 매우 우수하다”고 발표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인간 중심 조명
LED에서 나오는 UV(자외선)와 블루라이트를 분석해 매기는 광원의 안전성에서 썬라이크는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작년 11월 아이세이프티(눈과 피부의 안전을 위해 국제조명위원회가 정해놓은 국제 기준) 인증에서 RG-1 등급을 받았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에서 광생물학적 위험이 없다는 의미다. 조명 안전성을 중시하는 유럽지역에선 아이세이프티 인증이 필수적이다. 서울반도체에 따르면 상업 및 주거용 건축물 조명에 널리 사용되는 25W급 단일광원에서 RG-1 등급을 획득한 것은 썬라이크가 처음이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뉴스데이 등 해외 유력 매체들도 잇따라 서울반도체의 썬라이크 기술을 차세대 조명기술로 소개했다. 독일의 전자부품 전문잡지 일렉트로닉은 지난 3월 올해의 제품상 최고 부문에 썬라이크를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 조명박람회 ‘2018 라이트페어(Light Fair)’에선 북미 지역의 영향력 있는 조명산업 전문 사이트인 에디슨리포트(Edison Report)가 ‘반드시 봐야 할 제품 10개’에 썬라이크를 포함시켰다.
썬라이크는 빛 번짐 현상이 없어 고유의 색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서울반도체가 가정이나 사무실, 의료기관 등 건강한 조명환경을 필요로 하는 장소뿐 아니라 사물의 색상과 질감을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상업시설, 박물관, 의류 및 유통매장 등에도 썬라이크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손민수 서울반도체 글로벌 마케팅 담당 상무는 “모닥불에서 출발한 인류의 빛은 전구와 형광등, LED를 거쳐 ‘썬라이크’로 다시 자연의 광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伊 폼페이 유적서 어린이 책상까지… 모든 곳을 비추는 '썬라이크'
서울반도체의 기술력 - 1만2000개 이상 특허기술 보유
서울반도체의 썬라이크 기술은 지난 3월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 카사데이베티(Casa dei Vettii)의 조명시설에 채택됐다. 폼페이 조명 작업을 맡은 조명 전문업체 ‘루멘 센터 이탈리아(LCI)’가 썬라이크 기술을 활용했다. 벽화 색상과 질감을 태양 아래서 보는 것처럼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25W급 썬라이크 스포트라이트들이 벽화를 비추고 있다.
썬라이크는 국내외에서 점차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슬로베니아의 LED룩스사는 썬라이크가 적용된 자연광 조명 브랜드 ‘스펙트라’를 시장에 내놨다.
중국의 최첨단 지능형 조명업체 이라이트는 올해 3월 스마트 스탠드에 썬라이크 광원을 채택했다. 이 회사는 중국 정보기술(IT) 전문기업 샤오미의 생태계 체인(8만5000개 이상의 기기와 400개 이상 파트너로 구축된 세계 최대 서물인터넷 하드웨어 플랫폼)에 속한 업체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학습시간과 조명색상, 광조조절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한샘의 어린이·학생용 ‘조이’ 책상에 썬라이크가 들어간다. 조명업체인 미미라이팅은 최근 썬라이크 광원을 활용한 거실등 방등을 출시했다. 윤철구 미미라이팅 대표는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빛은 연령, 환경, 상황에 맞게 최적화된 빛뇌를 보호하는 BCL(brain care lighting) 조명”이라며 “썬라이크 기술은 빛 공해를 줄일 수 있는 솔루션으로 자라나는 아이 시력에 안전하고 편안한 빛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반도체는 1만2000개(상반기 기준) 이상의 특허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 유일의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아크리치(Acrich)가 대표적이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컨버터 없이 일반 가정·산업용 AC(교류) 전원에 직접 꽂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조명 광원이다. AC-DC 컨버터 없이 고전압 교류 전원에서 직접 구동한다.
2012년 양산한 엔폴라는 서울반도체가 10년 넘게 개발해 고유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제품이다. 단위 면적당 광량이 가장 높은 LED다. 기존 LED 대비 밝기가 10배 이상 높다. 같은 해 출시한 와이캅(Wicop)도 기존 LED에 필수적으로 사용된 패키지를 없애고 LED칩과 형광체만으로 구성된 초소형, 고효율 신개념 LED다. 원천기술로 세계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매출 1조1104억원, 영업이익 982억원, 당기순이익 463억원을 기록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