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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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캐슬호텔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수백 개 호텔 중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다. 여행평가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에 등록된 2900개 리뷰 중에서 93%가 ‘훌륭한’ 혹은 ‘좋은’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매직캐슬을 얼핏 보면 왜 LA 최고의 호텔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외관은 1950년대 2층짜리 아파트를 개조한 실속 있는 모텔처럼 보인다. 수영장은 조그맣고 객실 내 가구도 별로 없어 휑할 정도다. 그런데 숙박비는 힐튼, 메리어트 같은 특급호텔과 맞먹는다.

매직캐슬의 강점은 다른 곳에 있다. 수영장 옆에 붙어 있는 빨간 전화기의 수화기를 집어들면 “네, 팝시클 핫라인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주문만 하면 포도맛, 체리맛, 오렌지맛 아이스바는 물론 맥주, 초콜릿, 과자까지 원하는 만큼 간식이 은쟁반에 담겨 공짜로 배달된다. 보드게임 DVD도 무료로 준비돼 있다. 호텔 방에서 세탁물을 얼마나 내놓든지 모두 무료로 세탁해준다. 매직캐슬 숙박객은 작은 수영장과 촌스러운 인테리어는 잊고, 훌륭한 서비스를 경험한 순간만 기억한 채 호텔을 떠난다.

우리는 인생에서 모든 경험을 기억하지 않는다. 매일 비슷했던 수학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입학 졸업 결혼 등과 같은 결정적 순간들은 오래 기억한다. 몇몇 순간은 인생의 흐름을 결정짓기도 한다. 조직행동 전문가인 칩 히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댄 히스 듀크대 사회적기업가정신촉진센터 선임연구원은 《순간의 힘》에서 인생에서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는 결정적 순간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결정적 순간은 삶을 풍부하게 하고 다른 사람과 교감하고 추억을 만들게 한다.

[책마을] 인생 바꾸는 결정적 순간, 기다리지 말고 만들어라
형제인 두 저자는 베스트셀러 전작인 《스틱》에서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안내했다. 《순간의 힘》에서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기다리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라고 주문한다. 이를 통해 교사는 학생들이 졸업하고도 오래도록 기억할 수업을 계획할 수 있고, 기업의 관리자는 직원들의 실패 순간을 성장의 계기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력사원이 새 회사에 입사해 출근하는 첫날은 중요한 순간이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지루하고 요식적인 활동만 반복한다. 미국 농기계 회사인 존디어는 ‘출근 첫날 경험’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새 직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준다. 직원이 출근하면 로비에 설치된 모니터에 “OO님, 우리 회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커다란 글씨가 떠 있다. 새 책상에는 회사가 생산하는 트랙터 모형이 선물로 놓여 있고 이메일에는 최고경영자(CEO)가 보낸 환영의 편지가 한 통 와 있다. 이 프로그램은 회사의 중요한 직원이란 인식을 줘 업무 몰입도와 근속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저자는 먼저 결정적 순간을 창조하기 위해선 ‘고양, 통찰, 긍지, 교감’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감정을 의도적으로 일으킴으로써 일상을 벗어난 절정의 순간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고양’이란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는 기쁨과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노스페이스 노티카 잔스포츠 팀버랜드 등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VF코퍼레이션은 관리자 리더십 회의에서 뻔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와 강연을 없앴다. 대신 참석자들이 도시의 곳곳으로 퍼져 자유로운 경험을 하도록 했다. 이들은 미용, 요리, 미술 워크숍에 참석하거나 코미디 공연을 연습하고 서핑을 배웠다. 짧은 휴식은 새로운 혁신법에 대한 열정을 자극했다. 6년 뒤 70억달러였던 VF의 수익은 13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결정적 순간은 우리 자신 또는 주변 세계에 대한 인식을 재구성한다. ‘통찰’은 불현듯 진실을 깨닫는 순간을 가리킨다. 가령 사이비 종교 집단의 신도들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교주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처럼 말이다. ‘긍지’와 자부심을 갖거나 성취를 이뤄낼 때도 결정적 순간은 발생한다. 상을 받거나 승진하거나 칭찬받는 순간은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서로 연결돼 있음을 느끼는 ‘교감’의 순간도 결정적 순간이다. 어떤 사람을 알게 된 지 하루도 안 돼 은밀한 비밀을 털어놓거나 힘든 경험을 함께 헤쳐온 사람들과 긴밀하고 돈독한 유대감을 쌓는다. 같은 경험이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한 경험은 더욱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