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확전에다 국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동안 주춤하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름세(원화가치 약세)로 돌아섰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원90전 오른 1125원9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30일 1130원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자 오전 한때 달러당 1130원에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온 사실이 알려지자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상승폭을 소폭 낮췄다.

원·달러 환율 오름세는 최근까지만 해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지난 4월 초 달러당 1055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예상에 줄곧 상승세를 보여 이달 2일 1120원까지 치솟았다가 한동안 횡보를 거듭했다.

하지만 1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의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자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틀간 원·달러 환율은 9원90전 올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주요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120원을 넘어선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1120원대가 더 이상 안전지대라고 보기 어렵게 됐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정치적 현안인 만큼 경우에 따라 빠르게 해소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원화 강세 요인이 딱히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