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만원은 못버틴다"…최저임금 부담에 편의점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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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1만원어치를 파는데 어떻게 1만790원을 줍니까".
서울 은평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A씨는 지난 1월 본사에 심야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며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만약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긴다면 A씨는 편의점을 아예 접겠다는 각오도 하고 있다. A씨는 열평 남짓한 매장을 운영하면서 이미 3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쓰는데 월 300만원이 넘는 인건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60만원이 오른 것이다.
A씨는 "부부가 하루에 8시간씩 일하며 인건비를 아껴보려고 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1만원이 넘어가면 차라리 매장 운영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270만~300만원 정도를 가져갔는데 지금은 수익이 2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 부담에 편의점 출점 속도 크게 줄어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률을 더는 못 버티는 자영업, 영세사업자 등이 속출하고 있다. 점주들은 점포 운영을 포기하거나 심야영업을 접는 등의 방법으로 최저임금 상승 여파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결론을 내야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1만790원을, 재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해 16.4%가 오른데 이어 올해 10% 안팎의 상승률로 8000원대로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13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GS25는 올 상반기 순증 점포수가 343개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1048개의 매장을 늘렸다. CU도 지난해 상반기 942개가 늘어난 점포 수가 올 상반기에는 394개 밖에 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자연증가분이 있는 상황에서 순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은 인건비 부담에 수익성이 나빠지자 폐점하는 수가 늘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편의점=24시간'이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이마트24는 올 상반기 점주들에게 심야영업을 할지 말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약 10%의 점주만이 24시간 영업을 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포인트가 줄어든 것이다. 최저임금이 해마다 상승할 것을 미리 예상한 점주들이 심야영업에 부담을 느낀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9000여개 점포 중 약 1600개의 점포가 심야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중 4분의 1이 영업손실로 심야영업을 포기한 곳들이다. 특히 올해 노동계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도 오후 10시 이후 1.5배의 야간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점주들은 더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특성상 야간에도 아르바이트생이 상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주들의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본사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CU와 GS25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와 27% 급감했다. 개점 후 특정 기간 점주들의 수익을 지원해주거나 심야 전기요금을 본사가 부담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일부 보전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아르바이트생 숫자가 많은 프랜차이즈도 상황은 비슷하다. 맥도날드의 경우 올해 들어 10개 매장에서 24시간 영업을 중단했다. 현재 24시간 운영 매장은 총 420개 매장 중 300개 정도다. 롯데리아도 지난해 총 180여개 점포가 24시간 운영 매장이었지만 올해는 150개만이 심야영업을 한다. 파리바게뜨는 오후 11시까지였던 폐점 시간을 점주 재량으로 한 시간 앞당길 수 있게 했다.
정부도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점포들이 24시간 운영을 더 쉽게 그만둘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심야영업 제한시간을 기존 5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리고, 영업손실 발생기준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단체행동 나선 점주들…"공동휴업 추진"
점주들은 단체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 12일 '2019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성명서'를 내고 올해도 최저임금을 올리면 7만여 편의점의 전국 동시 휴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현재 인건비도 버거운 상황에서 다시 최저임금을 올리면 운영에 한계에 이르러 점주들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고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야간 시간대 상품 및 서비스 판매가를 10~20% 인상하는 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인상을 추진하려는 계획을 철회하고 최저임금을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또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 적용 방안을 재논의하고 영세·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구간을 5억원에서 7억원으로 확대할 것도 주문했다.
편의점들은 정부 정책을 요구하는 호소문과 현수막 등을 걸고 전국 동시 휴업도 추진할 계획이며 경제단체 등과 연대해 대정부 대책을 추진하겠다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서울 은평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A씨는 지난 1월 본사에 심야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며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만약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긴다면 A씨는 편의점을 아예 접겠다는 각오도 하고 있다. A씨는 열평 남짓한 매장을 운영하면서 이미 3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쓰는데 월 300만원이 넘는 인건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60만원이 오른 것이다.
A씨는 "부부가 하루에 8시간씩 일하며 인건비를 아껴보려고 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1만원이 넘어가면 차라리 매장 운영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270만~300만원 정도를 가져갔는데 지금은 수익이 2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 부담에 편의점 출점 속도 크게 줄어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률을 더는 못 버티는 자영업, 영세사업자 등이 속출하고 있다. 점주들은 점포 운영을 포기하거나 심야영업을 접는 등의 방법으로 최저임금 상승 여파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결론을 내야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1만790원을, 재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해 16.4%가 오른데 이어 올해 10% 안팎의 상승률로 8000원대로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13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GS25는 올 상반기 순증 점포수가 343개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1048개의 매장을 늘렸다. CU도 지난해 상반기 942개가 늘어난 점포 수가 올 상반기에는 394개 밖에 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자연증가분이 있는 상황에서 순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은 인건비 부담에 수익성이 나빠지자 폐점하는 수가 늘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편의점=24시간'이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이마트24는 올 상반기 점주들에게 심야영업을 할지 말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약 10%의 점주만이 24시간 영업을 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포인트가 줄어든 것이다. 최저임금이 해마다 상승할 것을 미리 예상한 점주들이 심야영업에 부담을 느낀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9000여개 점포 중 약 1600개의 점포가 심야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중 4분의 1이 영업손실로 심야영업을 포기한 곳들이다. 특히 올해 노동계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도 오후 10시 이후 1.5배의 야간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점주들은 더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특성상 야간에도 아르바이트생이 상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주들의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본사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CU와 GS25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와 27% 급감했다. 개점 후 특정 기간 점주들의 수익을 지원해주거나 심야 전기요금을 본사가 부담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일부 보전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아르바이트생 숫자가 많은 프랜차이즈도 상황은 비슷하다. 맥도날드의 경우 올해 들어 10개 매장에서 24시간 영업을 중단했다. 현재 24시간 운영 매장은 총 420개 매장 중 300개 정도다. 롯데리아도 지난해 총 180여개 점포가 24시간 운영 매장이었지만 올해는 150개만이 심야영업을 한다. 파리바게뜨는 오후 11시까지였던 폐점 시간을 점주 재량으로 한 시간 앞당길 수 있게 했다.
정부도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점포들이 24시간 운영을 더 쉽게 그만둘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심야영업 제한시간을 기존 5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리고, 영업손실 발생기준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단체행동 나선 점주들…"공동휴업 추진"
점주들은 단체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 12일 '2019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성명서'를 내고 올해도 최저임금을 올리면 7만여 편의점의 전국 동시 휴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현재 인건비도 버거운 상황에서 다시 최저임금을 올리면 운영에 한계에 이르러 점주들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고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야간 시간대 상품 및 서비스 판매가를 10~20% 인상하는 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인상을 추진하려는 계획을 철회하고 최저임금을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또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 적용 방안을 재논의하고 영세·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구간을 5억원에서 7억원으로 확대할 것도 주문했다.
편의점들은 정부 정책을 요구하는 호소문과 현수막 등을 걸고 전국 동시 휴업도 추진할 계획이며 경제단체 등과 연대해 대정부 대책을 추진하겠다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