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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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동전을 잘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카드로 결제를 많이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집 구석 어딘가를 뒤져보면 다들 동전 하나씩은 나오곤 하는데요. 노점상 또는 지하철 무인민원발급기 등을 이용할 때는 여전히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끔씩은 요긴하게 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동전은 1원, 5원,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등 모두 여섯 가지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최근 1원과 5원을 본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과거에 시중에 공급됐지만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적 수요가 줄자 한국은행은 2006년부터 일반 유통 물량으로는 1원과 5원을 제조·발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기념품용 주화 세트에 들어갈 물량만 소량 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 동전은 여전히 일상생활 속에서 쓰이곤 하는데요. 이 동전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하나같이 모두 동전 옆 테두리에 톱니바퀴 무늬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전에 톱니바퀴 무늬가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위조 방지용'이라고 합니다. 50원에는 109개, 100원에는 110개, 500원에는 120개 톱니가 있습니다. 개수에 맞춰 정확하게 새기는 작업이 비용도 많이 들고, 일반인이 흉내내기 어려운 고난도 공정이라고 합니다.

동전에 위조 방지용 톱니바퀴를 넣는 아이디어는 17세기 영국 물리학자 뉴턴이 냈다고 합니다. 당시 영국은 은화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이 은화의 화폐가치가 제작한 데 들어간 은 자체의 가치보다 낮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불로소득을 노리는 많은 이들이 은화의 테두리를 야금야금 잘라내 부당이득을 챙기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급기야 시장에서는 성한 은화를 찾아볼 수 없게 됐고, 화폐를 발행하는 국가는 그만큼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골머리를 앓던 영국 정부는 여러 저명한 학자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뉴턴은 구화폐를 모두 회수해 녹여 테두리에 톱니바퀴 무늬를 넣은 새로운 주화로 만들라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동전 테두리에 톱니바퀴 무늬가 있으면 테두리를 조금만 깎아내더라도 동전을 훼손한 게 금세 탄로 나기 때문입니다.

이 인연으로 뉴턴은 조폐국 감사로 임명됐고, 사망 직전까지 30여년간 왕립조폐국장으로 활동하며 통화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동전을 더 이상 금이나 은으로 만들지 않지만, 여전히 변조방지와 품위 유지 등을 위해 동전 테두리에 무늬를 넣는다고 합니다. 무늬는 평면형, 톱니바퀴형, 문자형 등이 있으나 한국의 경우 1원, 5원, 10원은 테두리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평면형이며, 50원, 100원, 500원짜리에는 동전은 톱니바퀴형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문자형과 무늬형은 변조가 어렵지만 제조비가 많이 들어 기념주화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한국 외에 다른 나라의 동전을 관찰해도 테두리에 톱니바퀴 등 무늬가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백동, 니켈 등 합금으로 만들어져 과거와 같이 위폐 생산이 활발하지 않지만, 현대에 와서도 이 톱니바퀴 무늬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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