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기업 공격이 확산되고 있다. 폴 싱어의 엘리엇매니지먼트만 해도 올 상반기에 17개 기업을 새로 공격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글로벌 기업에 투자한 뒤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수익 극대화를 꾀한다.
활개치는 행동주의 펀드… 상반기 136개 기업 공격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증가는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의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헤지펀드 투자자의 압력이 커진 게 1차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시장 거부감이 과거에 비해 완화된 측면도 있다.

투자은행 라자드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들은 지난 상반기 시장 가치가 5억달러(약 5600억원) 이상인 136개 기업을 대상으로 약 40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라자드가 2013년 분기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해 상반기엔 행동주의 펀드가 투자한 기업이 94개였다. 행동주의 펀드가 인기를 얻자 더 많은 펀드가 생겨나고 있다. 올해 행동주의 펀드 활동의 약 20%가 신규 펀드에 의해 시작됐다.

올해 가장 많은 활동을 한 행동주의 펀드는 폴 싱어의 엘리엇매니지먼트다. 35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엘리엇은 현대자동차와 샘프라에너지, 영국의 휫브레드 등 17개 기업에 새로 투자한 뒤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은 점점 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올 상반기 모두 119명을 투자회사 이사회에 진출시켰다. 1년 전에 비해 75% 증가한 수치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이사회 통제권을 점점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칼 아이칸이 이끄는 아이칸엔터프라이즈는 제록스 이사회에 진출한 뒤 후지필름과의 합병을 무산시켰다. 프록터앤드갬블(P&G),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이사회에도 행동주의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사회를 압박해 회사를 매각하도록 한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행동주의 펀드인 자나파트너스는 식품회사 피나클푸드 지분 9%가량을 취득했다. 이후 회사를 매각하지 않으면 표 대결을 벌여 이사회를 전면 교체하겠다고 위협했다. 두 달 뒤 이사회는 회사를 경쟁사인 콘아그라브랜즈에 82억달러에 팔기로 합의했다.

통상 행동주의 펀드는 상장사 지분을 취득한 뒤 주가를 올리기 위해 경영진 교체부터 자사주 매입 확대,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구를 내놓는다. 행동주의 투자가 주류로 부상하면서 기존 자산운용사들도 점점 더 행동주의 펀드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윌리엄 앤더슨 부사장은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일반 펀드의 지지가 점점 더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과 행동주의 펀드들은 과거처럼 표 대결을 하기보다 타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라자드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올해 119명을 이사회에 진출시키면서 단 15%만 표 대결을 벌였다.

물론 행동주의 펀드가 항상 성공하거나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진 않는다. HFR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 지수는 지난해 5.5%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거둔 수익률 22%(배당금 포함)에 비해 크게 낮다.

큰 손해를 본 펀드도 있다. 억만장자 넬슨 펠츠의 트라이언펀드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 몇 년 전 투자했다가 최근 주가 하락에 큰 손실을 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