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0.9%는 산입범위 개편으로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고액연봉자가 거의 해소됐다는 점에서 경영계 부담은 예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산입범위 개편 혜택을 전혀 못보는 상황이어서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노선으로 15.3%를 제시했다가 ‘퇴짜’를 맞은 노동계와 정부 간의 갈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밤 9시 40분께 사용자위원들의 공식적인 불참 통보 이후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인상률 접점 찾기’에 돌입했다. 대폭 인상 시 정부가 안게될 부담, 소폭 인상할 경우 악화될 노정관계, 유례없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 대책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공익위원들은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넓어진 만큼 10% 수준의 인상률은 사실상 한자릿수 인상률 효과를 내 산업현장이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저임금 결정에 임박해 연일 ‘속도 조절’ 주문을 내놓은 정부 입장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가 독립기구라지만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는 구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긴급 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한 뒤 “6월 고용동향에서 도소매음식업과 55∼64세의 고용 부진은 최저임금 영향”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여부는 시장을 보면서 신축적으로 해야 한다” 말했다. 최저임금 협상 막바지에 최저임금위에 ‘속도조절’을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즉각 최저임금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현실적으로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5인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 차등화를 간곡히 요구했지만 논의 한번 없이 표결로 무산시켰다”며 “일방적으로 큰 폭으로 올린 최저임금을 거부하고 노사 스스로 임금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반발을 감안해 최저임금위는 정부에 소상공인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도 요구하기로 했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실효성 있는 소상공인 지원대책에 관한 건의를 조만간 정부에 제출할 것”이라며 “소상공인 업종에 특화한 재정 지원 상한을 올리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삭감법(산입범위 개편)을 그대로 두고 아무런 담보없이 최저임금위에 복귀하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밥상을 엎고 밥그릇을 빼앗은 악법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하반기에 노동법 전면개정 총파업 총력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