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이 관례화된 최저임금 결정방식, 이대로 좋은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년에도 법정시한을 훨씬 넘긴 15일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8350원이 파행 끝에 결정됐다. 법이 정한 시한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관례화되고 심의, 결정 과정에서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이 번갈아 가며 퇴장하는 등 파행이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여기다 심의과정 또한 전문성이 뒷받침되기 보다는 노사 단체 간의 힘겨루기를 통해 교섭·협상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저임금은 매년 6월 29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이의제기 기간을 거쳐 매년 8월 5일까지 고용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법적 의무다. 5개월가량 준비기간을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 날짜가 지켜진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해는 7월 15일에야 금년에 적용될 시급 7530원(전년 대비 16.4% 인상)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표결로 정해졌다. 그러자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위원이 반발해 사퇴의사를 내기도 했다. 최저임금을 결정, 고시하면서 준비기간을 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업·근로자의 인건비, 임금뿐만 아니라 물가 등 국민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짐에 따라 임금이 따라 올라가야 하는 근로자 비율을 의미하는 최저임금 영향률도 더 높아졌다. 금년의 경우 23.6%로 추산된다. 전체 근로자의 4분의 1 가량이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경우 대부분 10% 미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노동경제학계의 정설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높은 실업률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탓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반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오다 12일에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도소매나 숙박 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인했다. 국내 경기가 최근 급속하게 위축되는 데도 물가는 이례적으로 상승하는 것도 최저임금 영향이라는 게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견해다. 이렇게 고용 및 생산물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은 경제제도의 하나다. 정확한 통계와 전문지식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최저임금법도 임금수준·생계비전문위원회 둥 전문위원회 외에 별도의 연구위원회까지 두도록 법에 정했다. 근로자 임금수준과 생계비, 소득분배 상황, 노동생산성 등을 면밀히 분석해서 최저임금안 심의에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 결정과정을 보면 노사 교섭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가 공익위원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기까지 한다. 결국 경제제도가 사회·정치제도로 변칙 운영 셈이다. 원래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과 더불어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금년 5월 새로 위촉된 공익위원 9명은 모두 ‘친노동 성향’으로 지적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노사단체가 내놓은 최저임금 요구안은 처음부터 큰 차이를 보이다 매년 막바지에는 결정 시한에 쫓겨 표결에 부친다. 금년에도 노사단체 요구안은 노동계의 43.3% 인상과 경영계의 동결(0% 인상)로 격차가 매우 컸다. 전문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임금수준전문위원회나 생계비전문위원회도 노동계, 경영계, 공익이 같은 수로 구성돼 있다. 위원 면면을 보더라도 경제 관련 전문가는 공익위원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이럴 바엔 최저임금을 미국같이 국회에서 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각계의 지적이 이어진다. 현행법 아래서라도 법 취지대로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운영방식 개선에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현실적 대안도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jsc@hankyung.com
최저임금은 매년 6월 29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이의제기 기간을 거쳐 매년 8월 5일까지 고용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법적 의무다. 5개월가량 준비기간을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 날짜가 지켜진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해는 7월 15일에야 금년에 적용될 시급 7530원(전년 대비 16.4% 인상)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표결로 정해졌다. 그러자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위원이 반발해 사퇴의사를 내기도 했다. 최저임금을 결정, 고시하면서 준비기간을 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업·근로자의 인건비, 임금뿐만 아니라 물가 등 국민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짐에 따라 임금이 따라 올라가야 하는 근로자 비율을 의미하는 최저임금 영향률도 더 높아졌다. 금년의 경우 23.6%로 추산된다. 전체 근로자의 4분의 1 가량이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경우 대부분 10% 미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노동경제학계의 정설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높은 실업률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탓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반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오다 12일에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도소매나 숙박 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인했다. 국내 경기가 최근 급속하게 위축되는 데도 물가는 이례적으로 상승하는 것도 최저임금 영향이라는 게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견해다. 이렇게 고용 및 생산물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은 경제제도의 하나다. 정확한 통계와 전문지식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최저임금법도 임금수준·생계비전문위원회 둥 전문위원회 외에 별도의 연구위원회까지 두도록 법에 정했다. 근로자 임금수준과 생계비, 소득분배 상황, 노동생산성 등을 면밀히 분석해서 최저임금안 심의에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 결정과정을 보면 노사 교섭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가 공익위원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기까지 한다. 결국 경제제도가 사회·정치제도로 변칙 운영 셈이다. 원래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과 더불어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금년 5월 새로 위촉된 공익위원 9명은 모두 ‘친노동 성향’으로 지적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노사단체가 내놓은 최저임금 요구안은 처음부터 큰 차이를 보이다 매년 막바지에는 결정 시한에 쫓겨 표결에 부친다. 금년에도 노사단체 요구안은 노동계의 43.3% 인상과 경영계의 동결(0% 인상)로 격차가 매우 컸다. 전문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임금수준전문위원회나 생계비전문위원회도 노동계, 경영계, 공익이 같은 수로 구성돼 있다. 위원 면면을 보더라도 경제 관련 전문가는 공익위원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이럴 바엔 최저임금을 미국같이 국회에서 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각계의 지적이 이어진다. 현행법 아래서라도 법 취지대로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운영방식 개선에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현실적 대안도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