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9745달러로 선진국 기준인 3만달러 수준에 다다랐다. 사회가 풍요로워지면서 개인의 가치관과 생애주기가 바뀌고 있다. 과거 부모 세대는 가족 부양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 결혼과 출산을 당연시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결혼이 선택의 대상이 됐다. 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고, 노후를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준비하겠다는 부모도 많아졌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로 전통적인 생애주기가 크게 바뀌었다. 초혼 연령이 늦어지며 만혼이 일반화됐고, 비혼도 늘었다. 결혼해도 자녀를 갖지 않거나 늦은 나이에 출산하면서 아이를 하나만 낳는 부부가 많다. 이혼 건수가 연간 10만 건을 넘어섰고 이 중 황혼 이혼이 31%를 차지하고 있다.

가족 중심의 생애주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결혼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사는 싱글 라이프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혼이 증가하면서 한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결혼한 자녀와 같이 살지 않는 고령 부부나 독거노인의 라이프 스타일도 일반화되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누가 맞고 그르다는 생각보다는 나와 다른 삶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100세 시대를 조망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인생 설계(life planning)가 필요한 시점이다.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될 리스크나 재무 이슈에 대해서도 더 꼼꼼한 대비가 필요하다. ‘인생설계’와 함께 ‘인생 금융설계’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100세까지 지속할 경우 어떤 문제에 직면할지,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스스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럴 때는 생애주기별 세부 특성과 라이프 이벤트, 리스크 요인 등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생금융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보험회사에서 생애주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생 금융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해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완성해보자.

류재광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