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시작됐다. 앞으로 한 달 남짓은 한낮 폭염, 열대야와 싸워야 한다. 호텔 빙수는 더위를 잠시 식혀주는 ‘작은 사치’다. 2만~8만원의 고가지만 매년 수요가 늘면서 맛은 물론 비주얼 경쟁도 치열하다. 당근밭을 형상화한 빙수부터 솜사탕과 금가루, 최고급 샴페인이 올라간 빙수까지 호텔마다 개성 넘치는 메뉴를 내놓고 있다.

◆토마토냐, 망고냐…최고 재료의 건강한 맛

파라다이스시티 ‘또바빙수’
파라다이스시티 ‘또바빙수’
파라다이스시티 로비 라운지 ‘라운지 파라다이스’의 ‘또바 빙수’는 알맞게 숙성시킨 빨간 토마토에 바질 셔벗을 곁들여 내는 메뉴다. 토마토와 빙수의 만남은 독특한 맛을 낸다. 또바 빙수의 토마토는 국내산 대추토마토를 4일간 햇볕에 말린 뒤 4일간 꿀에 절이는 숙성 과정을 거친다. 곱게 갈아낸 눈꽃 얼음 위에 달콤한 대추토마토 마리네이드와 특유의 향을 내는 바질 셔벗을 얹어 조화로운 맛을 낸다. 토마토 그라니타와 라임 셔벗 베이스로 상큼함을 더했다. 토마토의 붉은 색감과 앙증맞게 빙수 꼭대기에 올라간 초록의 바질 셔벗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9월2일까지 선보이며 가격은 3만5000원이다.

신라호텔의 여름철 시그니처 메뉴인 ‘애플망고빙수’는 10년 넘게 사랑받고 있다. 은은한 사과향이 나는 높은 당도의 제주산 애플망고와 단팥, 망고 셔벗이 함께 나온다. 가격은 5만4000원.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신라호텔의 원조 ‘망빙(망고빙수)’의 인기에 주요 특급호텔은 대부분 망고빙수와 팥빙수를 함께 판매 중이다.

롯데호텔 서울도 제주산 애플망고인 한라망고를 생과육 상태로 듬뿍 올린 망고빙수를 내놨다. 올해는 식사로 즐길 수 있도록 빙수와 수제 버거(또는 파스타), 다쿠아즈와 무스 등 4종의 디저트를 제공하는 플래터를 11만원에 구성했다. 이 외에 포시즌스 서울, 파크 하얏트 서울,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콘래드 서울, 그랜드 워커힐 서울 등에서도 망고빙수를 만날 수 있다.

◆톡톡 튀는 비주얼 경쟁의 승자

 파크 하얏트 서울 ‘당근 초콜릿 빙수’
파크 하얏트 서울 ‘당근 초콜릿 빙수’
실험적인 빙수를 매년 선보여온 파크 하얏트 서울은 올해도 당근 화분을 연상시키는 ‘당근 초콜릿 빙수’를 내놨다. 발로나 초콜릿으로 우유 얼음을 만들고 오렌지 초콜릿 크림과 당근 셔벗을 올렸다. 과일 대신 달콤쌉쌀한 맛의 당근을 토핑으로 얹었다. 화분 모양의 플레이팅이 눈길을 끌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가격은 3만8000원이다.

8만원의 고가로 먼저 유명해진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돔 빙수’는 최고급 샴페인 돔페리뇽을 활용했다. 솜사탕을 구름처럼 부풀려 올리고 그 위에 금가루, 꽃잎을 얹는다. 빙수에 돔페리뇽을 부어 먹는데, 이때 솜사탕에 샴페인이 스며들며 녹는 모양이 아름답다.

콘래드 서울 최상층에 있는 ‘37그릴앤바’는 드라이아이스 빙수 ‘37빙수’를 선보였다. 드라이아이스로 빙수가 구름 위에 떠 있는 듯 만든 뒤 투명 돔을 덮어 제공한다. 돔을 열면 시원한 연기가 흘러나오면서 시각적인 재미를 준다. 드라이아이스의 냉기가 빙수를 최적의 온도로 유지시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게 한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37빙수는 9월16일까지 판매하며 가격은 망고빙수 4만2000원, 팥빙수 3만8000원이다.

◆1인용 호텔 빙수도 인기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돔 빙수’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돔 빙수’
1인 가구를 위한 빙수도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날 서울 파르나스의 ‘1인용 욜로 빙수’가 대표적이다. 4시간 끓인 팥에 올리고당을 넣어 만든 ‘클래식 팥빙수’와 우유 얼음에 벌집 청과 누룽지, 미숫가루, 인절미를 토핑으로 올린 ‘눈꽃 망고빙수’ 등 2종이다. 클래식 팥빙수는 1만원, 눈꽃 망고빙수는 1만5000원이다. 가격이 다른 호텔 빙수와 비교해 싼 데다 테이크아웃도 할 수 있어 3개월간 1200개 이상 팔렸다.

포시즌스 서울도 테이크아웃 빙수를 선보인다. 단팥으로 만든 전통 빙수인 ‘마루’와 생망고에 망고 아이스크림, 코코넛 크림을 넣은 ‘망고빙수’를 포장 판매한다. 가격은 마루 1만8000원, 망고빙수 2만2000원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