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페트라, 성배를 찾아 떠난 장밋빛 붉은 도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여행의 향기

나바티안 왕국이 세운 번영의 상징

이 장밋빛 유적의 도시 페트라의 역사는 아주 깊다. 그 첫 번째 주인은 기원전 13~6세기에 번영을 누렸던 ‘에돔(Edom)’ 왕국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여호와나 마호메트 같은 유일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해와 달을 숭배하는 범신교도들이었다. 그래서 아브라함의 후손들은 “너희들은 어찌하여 하나님을 믿지 않느냐. 이 독수리 같은 놈들아. 바위틈에서 잡신을 믿지 말지어다”라고 호통친 적이 있다고 성서에 전해진다.

스위스 여행가가 발견해 세상에 알려져

일명 ‘장밋빛 붉은 도시’라고도 불리고, ‘인디아나 존스’의 무대이기도 한 이곳 페트라를 보기 위해서는 거금 40달러나 되는 입장료를 부담해야만 했다. 이것은 사흘 동안 구경할 수 있는 입장료다. 워낙 범위가 넓고 볼거리가 많아서 하루 이틀 가지고는 땀흘리고 다리 아픈 것 말고는 아무 기억도 남지 않을 것 같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단체 관광객은 한나절에 모든 것을 두루 섭렵하고 의기양양하게 떠나간다. 재주도 참 좋은 사람들이다.

도굴꾼들의 손길 탄 알 카즈네 사원
느껴지는 곳이다. 그래서 이 사원을 일명 ‘보고(寶庫)’라고도 부르는 것일까. 이 사원은 기원전 1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고전적 헬레니즘 건축 양식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나바티안’ 왕이었던 아레타스 3세의 무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훗날 이곳은 왕의 명성을 찬배하고 숭배하는 사원으로 쓰였던 것 같다고 학자들은 전한다. 거대한 바위벽을 깎아 만든 웅장하고 화려한 이 사원의 정면에는 몇 개의 둥근 기둥과 섬세한 조각상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모두가 나바티안들의 신화적인 내용과 죽음을 예찬한 것이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다. 마치 누군가가 몽땅 쓸어간 것처럼…. 그래, 이 속에 아무것도 없었을 리가 없다. 이곳을 ‘보고’라고도 하지 않은가. 워낙 오랜 세월 동안 버려져 있었기 때문에 도굴꾼들의 손길을 피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보지 못했겠지만, 사라진 것들 중에는 영화 속에서 나오는 ‘성배’와 같은 신비스러운 것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볼 만하다.

모세가 지팡이로 물 찾은 ‘모세의 샘’ 이채
어딘가의 ‘와디무사’라는 곳에는 ‘모세의 샘’이 있다고 하는데 더위에 지쳐서 찾지를 못했다. 그 옛날 이집트에서 모세가 자신의 백성들을 이끌고 맨 처음 요르단으로 들어온 곳이 이 페트라 지역이었다. 그때 목말라하는 백성을 위해 지팡이로 바위를 쳐 물이 나오게 했다는 바로 그 샘인 것이다. 그 샘이 지금까지도 이곳 사람들의 중요한 식수원이 되고 있단다. 이 밖에도 이곳 페트라는 기독교와 밀접한 관계가 많아 기독교도들의 성지가 되고 있다. 그래서 연일 몰려드는 단체 관광객의 대다수가 세계 도처에서 몰려드는 기독교도들이다. 이 중에는 한국인 성지 순례단도 어김없이 끼어 있다.
이곳 페트라의 유적 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에드 데이르’라는 사원이다. 바윗길을 타고 돌면서 외롭게 고군분투해야만 만날 수 있는 곳이기에 단체객은 별로 찾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분위기가 살아나는 멋진 곳이다. 생김새가 알 카즈네와 비슷하지만, 이곳 페트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이곳 역시 처음에는 왕가의 무덤이었으나 4세기 비잔틴 시대에 사원으로 사용하면서 성직자나 신도들의 중요한 순례지가 됐다고 한다.
사원 앞 언덕 위에 올라 저물어가는 태양빛에 붉게 물들어가는 사막의 산들을 바라본다. 저 밑 어딘가에서 베두인족이 염소 떼를 몰고 있다. 오늘날 나바티안들은 사라지고 이곳의 주인은 바로 그들이다. 곳곳의 비어 있는 동굴은 그들의 좋은 안식처가 되고 있다. 바위를 파서 만든 집들이니 앞으로도 천년 묶기다. 그래서 옛 관습대로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옛 나바티안들의 생활을 그려볼 수가 있다. 황혼빛에 물들어가는 사원을 바라보면서 지난 시대의 영광을 떠올려본다. 오늘날 이곳 페트라는 심오한 대자연의 불가사의뿐만 아니라 나바티안의 영광을 고증하고 있는 곳이었다.
요르단=글·사진 박하선 여행작가 hotsunny7@hanmail.net
여행 정보
국내에서 요르단으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지만 홍콩이나 방콕에서 요르단 수도인 암만으로 갈 수 있다. 한국 관광객에게는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도 하고, 공항에 도착해 도착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다. 암만에서 페트라로 가는 고속버스가 자주 있다. 대략 3~4시간 걸린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올 때는 아카바항에 도착해 합승택시를 타고 페트라로 바로 갈 수 있다. 페트라는 입장료가 비싼 편이고, 1일, 2일 또는 3일 입장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관광할 시간이 별로 없으면 1일 입장권을 구입해 들어가지만, 더 차분하게 충분히 둘러보고 싶은 분들은 3일 입장권을 권장한다. 4월부터는 엄청 뜨거운 날씨이니 음료수를 필히 지참해서 다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