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축복 유희경(1980~)
먼 도시에서 돌아오는 길, 역사의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귀 기울인 먼 소리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시를 다 읽고 나면, 자꾸만 끊기고 늘어지는 음악이 가슴 가득 차오릅니다. 가난한 사내는 음악을 잠시 끊어 놓고서라도 전해야 할 축복의 말들이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악기 가방 안으로 몇 푼 동전이 떨어질 때마다, “건강하세요. 장수하세요.” 하던 때는 여름입니다. 때아닌 캐럴이 들립니다. 귀가 깊어집니다. 그러나 겨울 깊어지면 생각나는 것들, 매미 울음과 울창한 초록이 가득한 여름일 테지요.

이소연 < 시인 (2014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