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다파 수완나푸라. 이름도 낯선 태국의 무명 골퍼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새로운 ‘그린 퀸’으로 등극했다. 한국 선수들은 ‘태국 돌풍’에 막혀 3주 연속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수완나푸라는 16일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647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클래식(총상금 16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수완나푸라는 먼저 14언더파로 경기를 끝낸 미국의 브리트니 린시컴과 연장전을 펼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에리야 쭈타누깐,모리야 쭈타누깐 등 자매에 이어 세 번째 태국 출신 챔피언이 탄생했다. 태국은 올 시즌 네 번째 트로피를 수집했다. 한국(7승)에 이어 미국(4승)과 함께 나란히 승수 2위의 국가가 됐다.

올 시즌 두 번째 트로피를 노렸던 린시컴은 연장전 첫 홀에서 두 번째 샷을 워터 해저드에 빠트리는 바람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대회를 싱겁게 마무리했다. 수완나푸라는 린시컴의 ‘불행’을 확인한 뒤 침착하게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버디 퍼트까지 성공시키며 생애 첫 승을 확정지었다.

수완나푸라는 2012년 LPGA 투어에 데뷔한 7년차 투어 프로다. 하지만 그동안 쭈타누깐 자매에 가려 이름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무명 생활을 해왔다. 이렇다할 우승 기회도 없었다. 7위에 한 번 올랐던 게 가장 좋은 성적.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자신의 첫 승으로 기어이 연결시키며 오랜 우승 가뭄을 해갈하는 데 성공했다. 수완나푸라는 “매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투어 생활을 했고, 투어 카드를 잃지 않는데에만 집중했는데, 이렇게 우승이 찾아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수완나푸라는 우승상금 24만달러를 챙겼다.

이미림이 11언더파 공동 5위로 한국 선수 중에는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첫날 5언더파 공동 2위로 출발해 통산 4승 기대감을 키웠다. 2라운드에서 1타, 3라운드에서 2타를 줄인 이미림은 마지막날에도 3타를 또 덜어내며 순항했지만 우승경쟁을 하기에는 타수가 모자랐다.

오랜 준우승 행진을 끝내려던 전인지도 다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마지막날 1오버파를 쳤고, 앞서 열린 2라운드,3라운드에서 각각 1타,2타를 줄이는데 그치면서 우승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는데 실패했다. 뒷심이 모자랐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3연승을 올릴 수 있었다. 앞서 KPMG위민스챔피언십(박성현),손베리크리크 클래식(김세영)가 2주연속 우승을 했던 터였다. 태국이 한국의 새로운 견제 세력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