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설비업체들이 줄줄이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세계 해양플랜트 업황은 나아지고 있지만 중국 및 싱가포르 경쟁 기업의 저가 수주에 국내 조선업체들이 신규 수주에 실패하면서 그 여파가 협력업체에까지 미치고 있어서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해양플랜트에 설치하는 크레인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디엠씨에 대한 회생절차가 이달 초 개시됐다. 2016년 매출 1284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디엠씨는 지난해 매출은 957억원으로 줄고 영업손실 44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가 2011년 투자해 한때 연 매출이 3000억원에 달했던 후육강관업체 스틸플라워도 지난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해 채권 조사가 진행 중이다. 스틸플라워는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끝에 지난 5월 상장폐지됐다. 해양시추설비 등 플랜트설비업체로 연매출 800억원대 기업인 알펙은 법정관리 중 인수합병(M&A)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해저 유정에서 원유를 채굴하는 해양플랜트는 조선, 건설, 철강 및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 기술의 복합체다. 그만큼 산업적 파급 효과가 크고 수익성이 높아 2010년을 전후로 한국 산업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이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3대 조선업체는 경쟁적으로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조단위 수주 소식을 연이어 터뜨리며 세계 1위인 한국 조선업에 제2의 영광을 가져다줄 듯했던 해양플랜트가 ‘악몽’이 되는 데는 채 몇 년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가 급락과 잦은 설계 변경에 인도 지연이 잇따르며 2015년에만 30여 기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서 부실이 발생해 조선 3사는 그해에만 7조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부터 유가가 오르며 한동안 주춤했던 발주가 다시 시작됐지만 한국 해양플랜트산업은 여전히 사정이 어렵다. 중국 코스코, 싱가폴 셈브코프 마린 등 경쟁 업체들이 국내 업체에 비해 15~20% 낮은 가격으로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해 요한 카스트버그, 멕시코만 비토, 토르투 가스전 등 주요 해양플랜트 입찰에서 번번이 이들 업체에 고배를 마셨다. 올해 국내 3사의 해양플랜트 수주실적은 0건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뿐 아니라 중간기자재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저가 수주에 밀리고 있다”며 “내실 있게 경영해온 알짜 중소기업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