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재직 기간 내내 장기로 운용해야 한다. 수익률 연 1% 차이도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선 매우 크다. 사회 초년생 시절의 수익률 차이는 30년 이상 복리 차이로 나타난다. 하지만 적립금이 적고, 수익을 내본 경험이 없을수록 원금보장형에 묶어두려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새내기일수록 실적배당형 상품에 관심이 적어 퇴직연금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가 16일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 6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적립금이 많은 가입자일수록 지난해 더 높은 수익을 거뒀다. 적립금이 7000만원 이상인 가입자는 지난해 4% 수익을 냈다. 1000만원 미만인 가입자의 수익률(3%)보다 1%포인트 높았다.

굴리는 자금이 많을수록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을 늘리려는 생각이 강하다. 적립금이 3000만원 이상인 가입자는 40%가 실적배당형 상품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적립금이 1000만~3000만원인 가입자는 32%만 실적배당형 상품을 늘리겠다고 했다.

또 적립 규모가 클수록 운용 상품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 1000만원 미만인 근로자의 95%는 지난해 한 번도 가입 상품을 바꾸지 않았다. 7000만원 이상을 굴리는 근로자 중에선 63%가 가입 상품을 한 번 이상 변경했다. 1회 변경(26%), 2회 변경(23%), 3회 변경(9%), 4회 이상 변경(5%) 순이었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에 따라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실적배당형 상품에 30~70%가량 투자한 가입자는 4.2% 수익을 냈다.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30%보다 낮은 가입자의 수익률은 2.2%에 그쳤다.

채승훈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장은 “사회 초년생이나 이직이 잦은 근로자는 퇴직연금 규모가 작다고 생각해 원리금보장형에 방치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퇴직연금 같은 장기 운용상품은 수익률 연 1% 차이에도 미래 성과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