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사진)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출됐다. ‘노무현 청와대’의 정책실장이 보수 제1야당 재건을 위해 나선 것이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계파 간 갈등으로 파국으로 치닫던 한국당 내분이 진정될지 주목된다.

한국당 비대위원장에 '노무현 정책실장' 김병준
김성태 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총회 선호도 조사에서 1위로 뽑힌 김병준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김 교수를 비롯해 박찬종 전 의원, 김성원·전희경(초선) 의원 등 비대위원장 후보 4명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했다.

17일 전국위원회에서 추인이 확정되면 한국당을 이끌 새로운 ‘선장’이 등장하게 된다. 김 권한대행 등 복당파의 ‘독주’에 강하게 반발해온 김진태 의원도 “김 교수가 특정 계파에 기울지 않고 중립적으로 당을 수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달 넘게 ‘리더’ 없이 내분에 휩싸였던 만큼 일단 ‘봉합’이라도 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의 권한과 기간조차 확정하지 못한 터라 한국당 지도부의 의중대로 비대위가 굴러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원총회에선 비대위체제의 기간과 관련해 논란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의원은 “비대위 활동기한은 3개월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2020년 총선 준비를 위한 공천권 없는 ‘관리자’로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잔류파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도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를 통한 신임 당대표 선출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 당을 수습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와 관련, 비대위원장에게 공천권을 주는 등 ‘칼’을 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1대 총선이 2020년 4월로 예정돼 있어 공천권을 줄 경우 비대위 체제가 1년 넘게 지속돼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를 통한 신임 당대표를 순조롭게 뽑기 위한 ‘관리형’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전국위원회에서 갈등이 표출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한국당 원외 당협위원장으로 구성된 ‘비상행동’은 김 권한대행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날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한국당 관계자는 “전국위원회를 통한 비대위원장 선출을 표결로 진행할 수는 없고, 만장일치 형식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일부 당원의 반대가 거셀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신임 비대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인물이다.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을 거쳐 교육부총리로도 임명됐다. 2016년 11월엔 탄핵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지명하기도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