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 고기압에 상층부엔 티베트 고기압…"당분 무더위·열대야 지속"
올해 장마 15일 안팎…1973년 다음 두 번째로 짧고 평년의 절반
지칠 줄 모르는 막강폭염… 1994년 '한달 지속' 기록 깨질까
일주일째 전국이 펄펄 끓어오르면서 올해 무더위가 1994년 폭염 기록을 깰지 주목된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으로 매우 높게 치솟았다.

이런 폭염은 지난 11일부터 일주일째 전국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경보·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폭염 경보는 하루 최고 기온이 35도, 폭염 주의보는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전망될 때 발령된다.

최근 유라시아 대륙이 평년보다 매우 강하게 가열되면서 대기 상층의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발달해 한반도 부근으로 확장한 것이 우리나라 폭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 중·하층으로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는 가운데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대기 상층으로 고온의 공기가 지속해서 들어왔다"며 "여기에 맑은 날씨로 인한 강한 일사까지 더해져 매운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 한반도 부근의 공기 흐름이 느려진 탓에 이런 기압 배치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적어도 다음 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에는 무더위, 밤에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고기압이 동서 방향으로 강화하면서 북극 지방에 머무는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하고 있다"며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반구 중위도에 전반적으로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이번 여름에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30년간 전국 45개 측정 지점의 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을 기록한 일수의 평균은 1994년이 31.1일로 가장 많았고 2016년(22.4일), 2013년(18.5일), 1990년(17.2일), 1996년(16.8일)이 뒤를 잇는다.

한편, 올해 장마는 1973년 이래 45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짧았다.

6월 19일 제주도에서 시작한 장마는 7월 11일 중부지방에 비가 내린 뒤 종료됐다.

장마 기간은 제주도가 21일, 남부지방이 14일, 중부지방이 16일로 평년(각각 32일)보다 훨씬 짧았다.

현대적인 방법으로 측정한 이래 지금까지 가장 짧았던 장마는 1973년으로, 제주도는 7일, 남부와 중부지방은 각각 6일 만에 끝났다.

올해 장마 기간의 전국 평균 강수량은 283.0㎜로 평년(356.1㎜)에 한참 못 미쳤다.

기상청은 "6월 하순부터 티베트 고기압이 강해지면서 한반도 주변 대기 상층이 따뜻해지고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북서쪽으로 크게 확장해 장마전선이 한반도 북쪽으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