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원화 약세, 오너 리스크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항공주가 반등세를 타고 있다. 최근 유가가 주춤한 것이 1차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가는 항공업계가 연중 최대 성수기인 3분기를 지나면서 실적 개선 추세가 뚜렷해지면 주가도 서서히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125원(2.99%) 오른 43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제주항공(4.29%) 티웨이홀딩스(2.46%) 대한항공(0.69%) 등 대부분 항공주가 동반 상승했다.

유가 주춤·여행객 '쑥쑥'… 항공株 '날갯짓'
항공주들은 지난달 이후 20%가량 조정을 받았다. 원화 약세, 금리 인상, 대한항공 등 오너 일가의 ‘갑질 파문’이 불거진 점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한동안 맥을 못 췄던 항공주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배경엔 유가 하락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2.95달러(4.2%) 떨어진 배럴당 68.06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이 일부 국가에 이란 원유수입 금지 제재 유예를 고려하겠다는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 WTI 가격은 지난달 29일 배럴당 74.15달러까지 치솟은 뒤 이달 들어 주춤해지면서 8.2% 떨어졌다. 유가가 하락하면 항공사는 유류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인수합병(M&A) 이슈도 있다. 이날 나돌았던 SK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매각설도 시장에 퍼져 있다. 진에어는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문제로 항공면허 취소 위기에 놓여 있다. LCC 시장의 포화로 신규 허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이 진에어를 타깃으로 한다는 관측이 시장에 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2분기를 바닥으로 항공주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여행객이 늘면서 하반기 실적 기대치가 올라간 영향이 크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 여객은 작년 6월보다 14.1% 늘었다. 지난해 연간 국제선 여객 증가율은 7.8%였다. 신민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엔 5월, 12월 장기 연휴로 여행객이 분산됐지만 올해는 7~8월 여름 성수기와 9월 추석 효과가 뚜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작년에 비해 각각 12.8%, 2.6% 늘었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1392억원으로 작년 대비 37.4% 늘어날 전망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말에 40대까지 항공기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제주항공을 항공업종 ‘톱픽(최선호주)’으로 꼽았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