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섭 "췌장암 가족력, 만성 췌장염 있다면 정기적으로 CT검사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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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인생
名醫 인터뷰 / 윤동섭 세브란스병원 교수
췌장, 위 뒤쪽·척추 앞 깊은 곳에 위치
癌 조기진단 어렵고 증상도 거의 없어
빠른 진행·재발·전이…생존률 낮지만
최근 항암·방사선 등 치료법 다양해져
名醫 인터뷰 / 윤동섭 세브란스병원 교수
췌장, 위 뒤쪽·척추 앞 깊은 곳에 위치
癌 조기진단 어렵고 증상도 거의 없어
빠른 진행·재발·전이…생존률 낮지만
최근 항암·방사선 등 치료법 다양해져
“췌장암은 생존율이 낮다는 편견 때문에 수술로 충분히 완치할 수 있는 환자도 수술받지 않고 포기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이 잘되는 췌장종양도 있습니다.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항암제도 많이 개발됐습니다. 췌장암 진단을 받으면 의료진과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합니다.”
윤동섭 세브란스병원 췌담도외과 교수(사진)는 “췌장암 환자와 보호자의 스트레스를 낮추면 치료 성적도 좋다”며 “교통사고가 크게 나 외상증후군이 생기면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암 환자도 정신과에서 지지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국내 간담췌 수술 의사들이 모인 한국간담췌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외과의사 대표단체인 대한외과학회 차기 회장이다. 윤 교수는 췌장암, 담도암 수술 명의로 꼽힌다. 500건이 넘는 췌장암 수술을 했지만 수술 사망 환자는 한 명도 없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10%에 불과하다. 초기 증상이 없는 데다 암의 진행이 빠르고 재발이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명 때문에 췌장암 진단 환자 중 일부는 겁을 먹고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윤 교수는 이처럼 치료를 포기하는 췌장암 환자를 줄이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췌장암 조기 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도 하고 있다. 윤 교수를 통해 췌장암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낮다는 인식이 크다.
“생물학적 특성이 공격적이다. 100명이 췌장암으로 진단됐다고 하면 그중에 수술 가능한 환자가 20~25명 정도다. 나머지 환자는 간 등으로 전이된 환자다. 국소 진행됐다고 해도 주변 큰 혈관을 감싸거나 임파샘으로 전이돼 수술해도 재발이 많다.”
▷과거보다는 수술 환자가 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젬사이타빈, 폴피리녹스 등 항암제가 많이 나왔다. 국소 진행 환자 중에는 항암제로 크기를 줄여 수술하기도 한다. 양성자 치료, 중입자 치료 등이 등장하면서 방사선 치료로 암을 줄이기도 한다. 이전보다 치료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해졌다.”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이다.
“췌장 위치 때문이다. 위 뒤쪽, 척추 바로 앞 깊은 곳에 있다. 예전에는 췌장 머리에 생긴 암보다 몸통이나 꼬리에 생긴 암의 예후가 나쁘다고 여겼다. 췌장 머리에 암이 생기면 머리 부분이 커지면서 담즙길을 막아 황달 증상이 나타나 비교적 빨리 발견했기 때문이다. 몸통과 꼬리는 심한 증상이 생기기 전에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검진으로 많이 발견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비교적 많아졌다. 1㎝보다 작은 조기 암을 발견하면 치료 효과가 좋다. 이를 어떻게 찾을지가 숙제다. 위암은 2년마다, 대장암은 5년마다 스크리닝 검사를 하면 좋다고 하지만 췌장암을 찾는 CT 검사를 자주하는 데에는 부담이 있다.”
▷수술 성적은 어떤가.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이 췌장암 수술 중에는 가장 어려운 수술이다. 이 수술을 하면 췌장과 소장을 연결해야 하는데 이때 췌장액이 누출될 위험이 있어 합병증 위험이 크다는 인식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국내 수술 사망률이 3% 이하로 성적이 상당히 좋다. 특히 한국 의사들의 수술 기술이 뛰어나다. 최근에는 개복 대신 복강경이나 로봇수술도 한다.”
▷췌장암이 생겼을 때 특별한 증상은 없나.
“췌장이 망가져 증상이 나타날 정도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단계다. 평소 당뇨가 있었는데 갑자기 혈당 조절이 안된다거나 갑자기 체중이 너무 줄면 의심해볼 수 있다.가족 중 두명 이상 췌장암 환자가 있거나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다면 고위험군이다. 췌장 CT 검사를 다른 사람보다 자주 해야 한다. 혈액검사로 종양표지자를 찾아볼 수도 있다. 췌장암 환자는 CA19-9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환자들의 실망이 크겠다.
“외상을 심하게 당했을 때 외상증후군을 겪는 것처럼 암 환자도 스트레스가 크다. 환자의 스트레스가 크면 가족이 받는 스트레스도 크다. 이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지지치료를 받도록 하면 환자는 물론 가족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출 수 있다. 암 치료 성적도 좋아진다. 환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예방에 도움되는 것이 있나.
“췌장암 예방에 도움된다고 명확하게 알려진 요인은 금연밖에 없다. 담배를 피우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하면 담배를 피우는 그룹의 췌장암 위험이 2.8~6배까지 높아진다. 가공육도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직 담배만큼 근거가 명확하지는 않다.”
▷환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종종 항암 치료를 해야 하는 단계의 환자인데 무작정 수술해달라고 하는 환자가 있다. 전이돼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수술하면 오히려 성적이 좋지 않다. 의료진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윤동섭 세브란스병원 췌담도외과 교수(사진)는 “췌장암 환자와 보호자의 스트레스를 낮추면 치료 성적도 좋다”며 “교통사고가 크게 나 외상증후군이 생기면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암 환자도 정신과에서 지지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국내 간담췌 수술 의사들이 모인 한국간담췌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외과의사 대표단체인 대한외과학회 차기 회장이다. 윤 교수는 췌장암, 담도암 수술 명의로 꼽힌다. 500건이 넘는 췌장암 수술을 했지만 수술 사망 환자는 한 명도 없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10%에 불과하다. 초기 증상이 없는 데다 암의 진행이 빠르고 재발이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명 때문에 췌장암 진단 환자 중 일부는 겁을 먹고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윤 교수는 이처럼 치료를 포기하는 췌장암 환자를 줄이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췌장암 조기 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도 하고 있다. 윤 교수를 통해 췌장암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낮다는 인식이 크다.
“생물학적 특성이 공격적이다. 100명이 췌장암으로 진단됐다고 하면 그중에 수술 가능한 환자가 20~25명 정도다. 나머지 환자는 간 등으로 전이된 환자다. 국소 진행됐다고 해도 주변 큰 혈관을 감싸거나 임파샘으로 전이돼 수술해도 재발이 많다.”
▷과거보다는 수술 환자가 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젬사이타빈, 폴피리녹스 등 항암제가 많이 나왔다. 국소 진행 환자 중에는 항암제로 크기를 줄여 수술하기도 한다. 양성자 치료, 중입자 치료 등이 등장하면서 방사선 치료로 암을 줄이기도 한다. 이전보다 치료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해졌다.”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이다.
“췌장 위치 때문이다. 위 뒤쪽, 척추 바로 앞 깊은 곳에 있다. 예전에는 췌장 머리에 생긴 암보다 몸통이나 꼬리에 생긴 암의 예후가 나쁘다고 여겼다. 췌장 머리에 암이 생기면 머리 부분이 커지면서 담즙길을 막아 황달 증상이 나타나 비교적 빨리 발견했기 때문이다. 몸통과 꼬리는 심한 증상이 생기기 전에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검진으로 많이 발견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비교적 많아졌다. 1㎝보다 작은 조기 암을 발견하면 치료 효과가 좋다. 이를 어떻게 찾을지가 숙제다. 위암은 2년마다, 대장암은 5년마다 스크리닝 검사를 하면 좋다고 하지만 췌장암을 찾는 CT 검사를 자주하는 데에는 부담이 있다.”
▷수술 성적은 어떤가.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이 췌장암 수술 중에는 가장 어려운 수술이다. 이 수술을 하면 췌장과 소장을 연결해야 하는데 이때 췌장액이 누출될 위험이 있어 합병증 위험이 크다는 인식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국내 수술 사망률이 3% 이하로 성적이 상당히 좋다. 특히 한국 의사들의 수술 기술이 뛰어나다. 최근에는 개복 대신 복강경이나 로봇수술도 한다.”
▷췌장암이 생겼을 때 특별한 증상은 없나.
“췌장이 망가져 증상이 나타날 정도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단계다. 평소 당뇨가 있었는데 갑자기 혈당 조절이 안된다거나 갑자기 체중이 너무 줄면 의심해볼 수 있다.가족 중 두명 이상 췌장암 환자가 있거나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다면 고위험군이다. 췌장 CT 검사를 다른 사람보다 자주 해야 한다. 혈액검사로 종양표지자를 찾아볼 수도 있다. 췌장암 환자는 CA19-9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환자들의 실망이 크겠다.
“외상을 심하게 당했을 때 외상증후군을 겪는 것처럼 암 환자도 스트레스가 크다. 환자의 스트레스가 크면 가족이 받는 스트레스도 크다. 이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지지치료를 받도록 하면 환자는 물론 가족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출 수 있다. 암 치료 성적도 좋아진다. 환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예방에 도움되는 것이 있나.
“췌장암 예방에 도움된다고 명확하게 알려진 요인은 금연밖에 없다. 담배를 피우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하면 담배를 피우는 그룹의 췌장암 위험이 2.8~6배까지 높아진다. 가공육도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직 담배만큼 근거가 명확하지는 않다.”
▷환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종종 항암 치료를 해야 하는 단계의 환자인데 무작정 수술해달라고 하는 환자가 있다. 전이돼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수술하면 오히려 성적이 좋지 않다. 의료진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