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휴톰 대표 "수술시 사고 위험 낮춰주는 3D영상"
배를 열고 내장을 다루는 개복수술은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소요시간이 3배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면 그만큼 합병증의 위험도 커진다. 혈관과 장기가 어디 있는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숙련도가 낮은 의사도 수술을 더 빠르고 안전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휴톰은 이런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이종혁 휴톰 대표(52·사진)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를 바탕으로 수술 부위를 3차원(3D) 영상으로 보여주는 인공지능(AI) 기반 ‘수술 어시스트 플랫폼’(가칭)을 개발하고 있다”며 “사전에 수술 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수술 중에도 영상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잘 안 보이는 위치를 수술할 때 참고할 수 있다”며 “개복수술을 할 때 가스를 넣어 배를 부풀리는데 이때 바뀐 장기의 위치나 수술 도중 도구의 움직임 등도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액센츄어컨설팅과 벤처캐피털 인터베스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쳐 지난해 창업했다.

그는 “영상은 참고자료이고 중요한 처치를 할 때는 의사가 직접 몸 속에 넣은 카메라를 보고 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최소화된다”며 “영상과 실제의 오차는 1㎜ 정도에 불과해 혈관 등 중요 부위 근처까지는 영상을 보고 단번에 절개할 수 있다”고 했다.

수술 전과 수술하는 중간뿐만 아니라 수술 뒤 사후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수술 어시스트 플랫폼은 수술의 모든 과정을 기록한다. 수술이 잘못됐을 때 플랫폼의 기록을 되짚어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수술이 잘됐을 때도 기록을 활용해 회복 등 사후 관리에 도움을 준다. 나아가 다음번 환자는 어떻게 수술하는 게 좋을지 판단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수술 과정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어떻게 해야 합병증과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AI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수술 어시스트 플랫폼을 사용하는 도중에도 AI는 계속 스스로 학습해 판단 정확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수술 어시스트 플랫폼은 오는 9월께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께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2020년 하반기에 임상이 끝나면 이듬해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7개의 특허를 등록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