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저히 안에 있을 수 없어요"… 바깥보다 더 찌는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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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낮엔 역 대합실로 피신…밤에는 모기와의 전쟁
낮 기온이 36.6도까지 치솟았던 17일 대구시 북구 대구역 뒤 쪽방촌은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뜨거운 열기가 엄습했다.
해가 지는 시간이지만 기온은 여전히 30도를 웃돌아 골목 골목이 한증막과 다름없다. 이날은 마침 대구주거복지센터 사회복지사가 대학생 자원봉사자 4명과 함께 쪽방촌 거주민들이 더위에 어떻게 지내는지 상황을 살피러 나갔다.
지난주 주민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모기약도 준비했다.
자원봉사자 일행이 쪽방촌 골목에서 몇 발짝 디디지도 않았는데 팔과 다리 여러 군데가 이미 모기 밥이 됐다.
입고 있던 티셔츠는 아까부터 땀으로 얼룩졌다.
대여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한 단층 쪽방 건물 앞. 대구주거복지센터 최주희 간사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계세요?"라고 외쳤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여름철 쪽방촌에서는 불러도 바로 대답이 들리는 경우가 드물다.
푹푹 찌는 방 안에 있기가 힘들어 거주민 대부분이 집을 비우고 가까운 대구역 대합실에서 숨통을 틔우며 종일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어쩌다 대답 소리가 들려도 한참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더위에 웃통을 벗고 있다가 옷가지를 걸치느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주섬주섬 채비하고 나온 한 60대 남자는 모기약을 받아들고는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방 안에서 나오는 더운 기운이 바깥으로 확 끼쳤다.
사회복지사가 더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묻자 그가 말을 대충 얼버무린다.
알고 보니 재작년에 받은 선풍기가 고장 났는데 후원받은 선풍기는 3년이 돼야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말을 꺼내기가 힘든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그래도 기입장에 '선풍기 고장'이라고 적었다. 자원봉사자 일행이 다른 골목 쪽방 건물을 찾았지만 이곳 거주민들도 모두 대구역으로 가고 비어 있었다.
후원 물품은 거주민이 누군지 일일이 확인하고 줘야 해 일주일 뒤 다시 방문하기로 한다.
이번엔 도로 건너 찾아간 쪽방 건물. 한 거주민이 열린 문 사이로 느닷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일행이 모기약을 얼른 전달하고는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최 간사는 "간혹 우리에게 불만인 분도 있고 무뚝뚝한 분도 있다"며 "무뚝뚝해 보여도 속내는 또 달라 어떤 분은 돌아설 때 껌 같은 걸 슬쩍 건네기도 한다"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칠성시장 근처로 향하니 여인숙 모양을 한 쪽방 건물이 제법 있다.
쪽방민 10명가량이 사는 한 여인숙에서도 방 안 더위를 피해 다들 나가버렸는지 방문만 제각각 활짝 열려 있다.
사회복지사가 모기약을 가져왔다고 하자 혼자 있던 이모(58)씨가 여기는 누구, 저기는 누구라는 식으로 이름을 확인해주고는 모기약을 대신 받아줬다.
방을 비운 이웃의 물품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었다.
모기와 개미가 그렇게나 많다고 한다.
가만 보니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두어 명이 있는 듯 없는 듯 안에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최 간사는 "대구 북구 쪽에는 쪽방 거주민이 100여명 정도 된다"며 "매주 쪽방에 다니며 음식물 등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있지만 거주민이 폭염 때문에 쓰러질까 봐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쪽방촌을 돌고 나오니 30도를 훌쩍 넘는 바깥 공기가 오히려 더 시원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1시간 30분 남짓 등에 땀 줄기를 달고 가가호호 다녔지만 자원봉사자들 손에는 아직 돌려야 할 모기약이 제법 남아 있었다.
/연합뉴스
낮 기온이 36.6도까지 치솟았던 17일 대구시 북구 대구역 뒤 쪽방촌은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뜨거운 열기가 엄습했다.
해가 지는 시간이지만 기온은 여전히 30도를 웃돌아 골목 골목이 한증막과 다름없다. 이날은 마침 대구주거복지센터 사회복지사가 대학생 자원봉사자 4명과 함께 쪽방촌 거주민들이 더위에 어떻게 지내는지 상황을 살피러 나갔다.
지난주 주민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모기약도 준비했다.
자원봉사자 일행이 쪽방촌 골목에서 몇 발짝 디디지도 않았는데 팔과 다리 여러 군데가 이미 모기 밥이 됐다.
입고 있던 티셔츠는 아까부터 땀으로 얼룩졌다.
대여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한 단층 쪽방 건물 앞. 대구주거복지센터 최주희 간사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계세요?"라고 외쳤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여름철 쪽방촌에서는 불러도 바로 대답이 들리는 경우가 드물다.
푹푹 찌는 방 안에 있기가 힘들어 거주민 대부분이 집을 비우고 가까운 대구역 대합실에서 숨통을 틔우며 종일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어쩌다 대답 소리가 들려도 한참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더위에 웃통을 벗고 있다가 옷가지를 걸치느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주섬주섬 채비하고 나온 한 60대 남자는 모기약을 받아들고는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방 안에서 나오는 더운 기운이 바깥으로 확 끼쳤다.
사회복지사가 더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묻자 그가 말을 대충 얼버무린다.
알고 보니 재작년에 받은 선풍기가 고장 났는데 후원받은 선풍기는 3년이 돼야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말을 꺼내기가 힘든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그래도 기입장에 '선풍기 고장'이라고 적었다. 자원봉사자 일행이 다른 골목 쪽방 건물을 찾았지만 이곳 거주민들도 모두 대구역으로 가고 비어 있었다.
후원 물품은 거주민이 누군지 일일이 확인하고 줘야 해 일주일 뒤 다시 방문하기로 한다.
이번엔 도로 건너 찾아간 쪽방 건물. 한 거주민이 열린 문 사이로 느닷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일행이 모기약을 얼른 전달하고는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최 간사는 "간혹 우리에게 불만인 분도 있고 무뚝뚝한 분도 있다"며 "무뚝뚝해 보여도 속내는 또 달라 어떤 분은 돌아설 때 껌 같은 걸 슬쩍 건네기도 한다"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칠성시장 근처로 향하니 여인숙 모양을 한 쪽방 건물이 제법 있다.
쪽방민 10명가량이 사는 한 여인숙에서도 방 안 더위를 피해 다들 나가버렸는지 방문만 제각각 활짝 열려 있다.
사회복지사가 모기약을 가져왔다고 하자 혼자 있던 이모(58)씨가 여기는 누구, 저기는 누구라는 식으로 이름을 확인해주고는 모기약을 대신 받아줬다.
방을 비운 이웃의 물품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었다.
모기와 개미가 그렇게나 많다고 한다.
가만 보니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두어 명이 있는 듯 없는 듯 안에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최 간사는 "대구 북구 쪽에는 쪽방 거주민이 100여명 정도 된다"며 "매주 쪽방에 다니며 음식물 등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있지만 거주민이 폭염 때문에 쓰러질까 봐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쪽방촌을 돌고 나오니 30도를 훌쩍 넘는 바깥 공기가 오히려 더 시원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1시간 30분 남짓 등에 땀 줄기를 달고 가가호호 다녔지만 자원봉사자들 손에는 아직 돌려야 할 모기약이 제법 남아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