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좌파 정치가 극복해야 할 함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회를 편 갈라 "네 탓" 싸움 부추기고
정책 부작용엔 '大義' 앞세워 눈 감으며
'보고싶은 것'만 보는 설계주의에서 벗어나야
이학영 논설실장
정책 부작용엔 '大義' 앞세워 눈 감으며
'보고싶은 것'만 보는 설계주의에서 벗어나야
이학영 논설실장
![[이학영 칼럼] 좌파 정치가 극복해야 할 함정](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07.14213011.1.jpg)
홍 원내대표가 “일부에서 꼬투리를 잡아 과민반응하고 있다”고 한 마당에 핀잔의 글을 보탤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에게 전해 줘야 할 게 있다. ‘성공한 기업과 기업인들을 보는 정부·여당 실력자들의 편견과 적개심’이 그의 말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것 아니냐는 경제계의 우려다. ‘최저임금 대란’을 놓고 당정 고위인사들이 “갑질을 해대는 대기업들의 횡포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난데없는 ‘대기업 원죄론’에 입을 맞추는 모습은 그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정·청 간부들에게 ‘혁신성장’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면서 “기업과 자주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기업 애로를 해소해 줘야 한다”고 강조하는 와중이어서 정권 실세인사들의 기업관(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걸핏하면 우리 사회를 틀어쥔 자와 쥐어짬을 당하는 자로 편 가르고 도식화하는 습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승자의 오만을 경계하고 패자의 눈물을 닦아 줘 넘어진 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다고 성공한 자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몰아붙이고, “걸리기만 해봐라”며 겁박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무엇에서건 일이 안 풀리는 원인은 복합적이게 마련인데, 누군가를 탓하고 핑계 삼는 사회로 흘러간다면 종착점이 어디일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집단주의에 내재된 함정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각 개인이 아닌 ‘모두’를 앞세우는 공동체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정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대의(大義)를 위해 감내해 줘야 할, 불가피한 것’으로 넘겨 버리기 십상이다.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비명을 지르는데도 “일단 하는 데까지 해보고…”를 고집하는 정부·여당의 요즘 모습이 그렇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그럴듯하더라도 생사람을 잡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면 좋은 정책·정치라고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훌쩍 넘어갔다. 야당 시절의 ‘공격본능’은 내려놓을 때가 됐다. 모두를 품어 사회 구성원 각자가 최대한 잠재력을 떨치게 하는 ‘조성자(助成者)’로서의 성숙함과 치열함이 절실하다. “아니면 말고”의 탁상 설계에서도 내려올 때가 됐다.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