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證, 26년 만에 SK그룹 품 떠난다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SK증권 매각 작업이 ‘9부 능선’을 넘었다. SK증권 인수후보인 사모펀드 운용사 J&W파트너스가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증권선물위원회 문턱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J&W파트너스의 인수가 확정되면 SK증권은 26년 만에 SK그룹 품을 떠나게 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는 18일 정례회의를 열고 SK증권 인수 주체인 J&W파트너스의 대주주 적격성 관련 심사 안건을 승인했다. 오는 25일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승인받으면 J&W파트너스는 SK증권의 새 주인으로 최종 확정된다.

SK證, 26년 만에 SK그룹 품 떠난다
SK증권 매각 작업은 지난해 6월 SK(주)가 보유 중인 SK증권 지분 10% 전량에 대해 공개 매각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SK(주)는 SK증권 매각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7월 케이프투자증권 등이 참여한 케이프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608억원에 처분하는 본계약까지 체결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 올 3월 SK(주)는 새로운 후보인 J&W파트너스와 51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고, 다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작업을 밟았다.

1955년 설립된 신우증권을 모태로 하는 SK증권은 1992년 SK그룹(당시 선경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이번에 J&W파트너스 인수가 최종 승인되면 SK증권은 26년 만에 SK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된다.

SK증권이 SK그룹 품을 벗어나도 당장 ‘SK’ 브랜드를 반납하진 않을 전망이다. SK증권은 SK(주)와 2020년 12월 말까지 SK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은 상태다. 계약 기간을 연장할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지만 SK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만큼 당분간 이 브랜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J&W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SK증권의 가장 큰 과제는 독자적인 영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증권은 그동안 투자은행(IB) 부문에서 SK그룹 계열사를 핵심 고객으로 두고 적잖은 실적을 쌓아 왔다. SK증권이 올 상반기 국내 증권사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총 4조9977억원어치 채권 발행의 대표주관을 맡은 것도 SK그룹 영향이 컸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같은 계열사라는 이유로 맡지 못했던 SK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 대표주관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며 “SK건설, SK매직, SK바이오팜 등 SK그룹 내 기업공개(IPO) 후보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SK증권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선 J&W와 SK증권 측이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10%만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쉽지 않아서다. 직원들의 고용은 보장될 전망이다. SK그룹은 이 증권사를 매물로 내놨을 때부터 고용 보장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내걸고 매각을 진행했다.

하수정/김진성 기자 agatha77@hankyung.com